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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Apr 19. 2020

다 같이 산다

일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일어나는 모양새. 묵직한 뚱보견 두 마리 때문에 불편해서 일어나는 건 아닐까. 표정으로 보아 장염이 두통으로 이어진 모양이다.


터벅터벅 거실로 나온다. 식탁에 놓여있는 옛날 소시지. 누가 부쳐놓은 걸까. 아마도 엄마겠지. 입맛 없다더니 앉은 자리에서 꼴랑 4개 남기고 다 먹는 건 뭘까.


방금 일어났던 거 아닌가. 갑자기 거실에 다시 눕는다. 잠이라도 자려는 걸까. 수면 이불을 끌고 나온다. 최애 프로그램인 '영화가 좋다'를 본다. 눈은 떴지만 반은 감겨있다.


한잠 자던 고로케. 개들이 짖는다. 누구? 친오빠가 온 모양. 그도 안색이 좋지 않다. 말하는 뉘앙스를 보니 술병이 난 듯.


주섬주섬 옷을 입더니 밖으로 나간다. 점퍼만 입고 바지는 잠옷 바지 그대로다. 감자의 쉬를 뉘러 가가는 듯.


화장실을 몇 번 다니더니 다시 눕는다. 자려는가 싶다. 눈이 감겼다. 갑자기 눈을 뜬다. TV를 돌리다 멈칫. MNET이다.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힙합 꼰대들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시청할 모양인가 보다. 이내 몰두하더니 재미없다며 잠이 든다. .....?


한참 자더니 벌떡 일어난다. 옷을 주섬주섬 입는다. 비니를 쓴다. 마스크도 쓴다. 다이소를 가겠다 한다. 목과 어깨가 아파 노트북을 올려놓고 키보드를 쓰겠다 한다. 5천원에 득템. 스스로 흡족해하고 있는 듯.


화장실과의 사투를 벌이는 중... Q.컨디션은 괜찮나요? A. 아침에 비해 좋아져서 다행, 휴... 잘 먹고 잘 싸고 있다.


무쓸모임 공통 주제로 나혼산을 패러디 해서 썼건만 한심한 한량의 일상 같아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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