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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May 25. 2021

낯선 시간을 돌보는 법

코로나가 내 삶에 가져온 그늘은 '뭘 할 수 없다'라는 거였다. 토요일 루틴 중 하나인 SNPE 운동 후, 커피를 마시며 독서하기라는 즐거움도 빼앗긴 지 오래. 사실 작년 6월인가, 코로나 확진자 한자리일 때 집 앞 별다방에 호기롭게 방문했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침방울이 공기 중에 작은 먼지처럼 떠다니는 것을 보고 커피 원샷 후 도망치듯 나온 경험이 있다. 그렇다. 나는 공포에 '절여져'있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다. 고여있는 물은 썩는다. 전염병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악랄해지고, 독해지고, 변형되어 갔다. 견딜 수가 없었다. 수영장에 가려고 준비해둔 수영복은 삭기 시작했다. 운동은 홈트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매일 하던 운동이라 데일리 30분 홈트 정도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잘 했다. 문제는 '배움'이었다. 익숙하지도 않은 온라인 모임을 해봐야 하나, 생각하던 찰나였다. 


평소 가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독서모임에 참가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독서모임에 가지 못했던 이유는 너무 멀어서였다. 너무 멀었고, 그 독서모임은 너무 늦게 끝났다. 누군가는 귀한 투자라고 생각하랬지만, 내 입장에선 돈 내고 체력 축내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이참에 온라인 모임에 참여했다. 결과는 대실패. 나같이 게으른 사람이 출석체크도 안 하고 자율성을 지닌 모임에서 살아남기란 힘들었다. 게다가 '슬랙'이라는 툴 자체가 나에게 너무 낯설었고 낯설었고 낯설었고. 아, 지금도 어색하다. 


실패 이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하, 재미없다. 하루하루가 재미없다. 그러던 찰나 아주 우연히 온라인 모임을 자주 하는 독립서점을 발견했다. 나와 핏이 맞아 보였다. 돈을 내고 신청했다. 모임의 주제는 '하루를 발견하는 글쓰기'였다. 글쓰기 자료를 백업해 둘걸 그렇게 후회가 된다. 하루하루 나는 감사 포인트를 찾아 짧은 글을 썼다. 잘 조린 무조림처럼 양념이 가득한 짧은 글을 올렸다.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봤다.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다른 일에 감사했다.  


온라인 적응 완료. 그 이후 나는 하나씩 온라인 모임을 늘려갔다. 물론 돈을 냈다. 혹자는 나에게 '돈 아깝다'라며 혀를 끌끌 찼지만 어떤 모임이든 운영비는 필요한데, 심지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글을 쓰려면 서버 사용료라도 필요한데 도대체 왜 돈이 아깝다는지 모르겠다. 두 번째, 세 번째 모임까지 하고 2020년을 마무리 지었다. 아쉽게도 두 번째, 세 번째 모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눈앞에서 엄마 다리가 부러지는 정신적 충격이 큰 사건을 겪어서 그런가 싶다. 


올해는 독서토론을 꾸준히 하고 있고, 매우 우연히 또 다른 온라인 플랫폼을 찾아 명상 모임도 하고 버츄카드 모임도 하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명상 모임은 비록 대실패로 끝났지만.. (명상이란 무엇일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정말 꾸준히 다시 명상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이런 모임을 나도 하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인데 낯선 이들을 끌어갈 만한 카리스마나 기력이 딸려 과연 언제쯤 실천 가능할지 종종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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