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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Jul 17. 2022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누군가 내게 '2022년 상반기에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은 책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단 한치의 망설임 없이 'the kite runner'라고 대답할 거다. 그만큼 내게 있어 충격적이고, 몰입감 있고, 가슴 아픈, 읽고 나서도 자꾸 잔상이 남는, 그런 책이다. 꽤 유명한 책이고 출판된지 오래된 책인데 나는 이전에 읽은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지금 검색해 보니 아이들을 위한 그래픽 노블도 있고 심지어 영화도 있다. (평이 매우 안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읽고 그래픽 노블이나 영화를 보라 제안하고 싶다.


20대 중반인가, 인상깊게 읽은 문학은 '위대한 개츠비', '호밀밭의 파수꾼', 그리고 '세일즈맨의 죽음' 정도였다. 정말 푹 빠져읽어서 당시에 마치 문학소녀라도 된 듯 의미 하나 하나를 곱씹으며 읽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비슷한 느낌의 책을 만났다. '연을 쫓는 아이'는 십여 년 만에 그 당시처럼 푹 빠져 읽은 소설이다. 할레드 호세이니가 그만큼 글을 잘 썼다. 스토리가 탄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 속 등장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생각보다 비참하고 가슴 아프다.


'연을 쫓는 아이' 주인공 아미르와 주변 인물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을 관통하는 이슈를 다룬다. 인종차별, 소련침략, 전쟁, 탈레반, 911테러  지금 아프간 사람들이 겪고 있는 온갖 문제가 멜팅팟처럼 녹아있다. 작가는 소련이 점령하기 , 그리고 탈레반이 집권하기 전의 아프가니스탄을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삼는다. 다른 국가들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아프가니스탄을 그린다. 지금은 폐허가  국가는 원래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테러가 자행되는 국가' 아닌, 낭만과 아름다움이 공존한 나라였음을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상기시켜준다.


미국 몇몇 주에서는 '연을 쫓는 아이'를 banned book으로 규정했다. 금서라길래 대체 왜 금서일까? 생각해 봤는데, 책을 읽고 나니 이유를 알 것 같다. 강간, 구타, 자살 등 폭력적인 장면이 소설 속에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읽기엔 부적절하다. 되려 조금 더 나이가 있는 청소년이나 성인이 읽는 게 좋을 듯하다.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이렇게 구린? 책은 오랜만이다. 가슴이 아프다. 잔상처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책을 다 읽은 날 저녁, 넷플릭스에서 '파르바나: 아프가니스탄 소녀의 눈물'이라는 영상을 찾아봤다. 탈레반이 집권한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남자가 없으면 여자는 밖에 나갈 수 없다. 밖에서 큰 소리로 말도 할 수 없다. 국제구호가 닿지 않는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을 도울 방법은 뭘까. 최근 kbs '세계는 지금'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니, 아프간 빈곤이 극심해져 장기를 파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할레드 호세이니처럼 문학을 통해 끊임없이 상황을 알리고, 독자인 우리가 책을 읽고, 공부하고, 같이 도울 방법을 찾는 게 바로 문학의 역할이 아닐지, 읽은 뒤 여러모로 고민이 많아지는 책이다.


(여담인데, 우리나라 번역본은 책 표지가 아름답고, 미국판 책 표지는 피에 얼룩진? 느낌이라 어두침침하고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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