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운영 중인 여러 가지 '판'들이 있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던 판은 영화판과 북판(책판?)이었다. 영화판은 없어지고 (생각해 보니 기부 카테고리를 보던 함께N 판도 없어졌다. 왜? 네이버는 이유를 좀 알려달라) 책판은 '책방'이라는 탭으로 옮겨진 것 같다. 신간 정보나 책에 대한 정보를 책판에서 많이 얻던 나로서는 개편 이후의 네이버 앱과 구조들이 좀 아쉬울 따름이다.
이 소설은 작년 가을이었나, 신간 문학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다가 '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애석하게도 작년 추석에 읽으려고 빌렸다가 다른 책에 밀려 못 읽고 반납, 또다시 빌렸다가 다른 책에 밀려 또다시 그냥 반납, 빌리려 시도했다가 어라? 누군가가 빌려 갔네? 포기..라는 4번의 실패를 거쳐, 올 4월 우연히 '아, 그래. 그 책 읽고 싶었잖아?'라는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결론적으로 읽길 정말 잘한 책이고 참 재미있고 슬프게 본 책이다. 재미있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고 너무 슬퍼서 지하철에서도 눈물을 그렁거렸고 집에서는 오열을 하면서 읽었다는... 역시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은 고르면 안 된다. (<-?)
제목이 참 와닿는다. 책의 내용과도 참 잘 맞는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생각해 보면 엄마도 나보다 어렸던 시절이 있었을 거고,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데 왜 잘 이해하지 못했나 싶다. 지금도 가끔 엄마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나도 나이가 들다 보니 어느 정도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어렸을 적 상처 받았던 부분들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그랬겠지만 20대에 결혼을 한 엄마가 오빠와 나를 낳고 기르며 얼마나 외롭고 지쳤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른 중반 지금의 나는 회사만 다녀와도 녹초가 돼서 바닥에 붙어 꼼짝도 안 하려 하는데, 서른 중반의 엄마는 아이 둘을 돌보며 온갖 살림을 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줄거리는 간단한데 내용은 간단하지 않다. 13년 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 대장암 판정을 받은 주인공은 짐 정리를 하기 위해 고향에 갔다가 우연히 젊었을 적 엄마의 일기를 읽게 된다. 주인공 기억 속 항상 짜증이 많고 우울했던 엄마. 아들 둘은 단 한 번도 엄마를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았고 되려 반기를 들었다. 끝까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일기를 읽은 주인공은 엄마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엄마는 이제 없다. 그래서 ai로 엄마를 복원하기로 결심한다.
엄마의 일기를 읽다 눈물을 왕창 쏟아버렸다. 엄마 역시 우리가 숱하게 마주했던 작은 아이 중 하나였고, 청소년이었고, 찬란한 청춘을 보냈다는 걸 우리 모두가 잊고 사는 것 같다. 마치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짠! 하고 엄마로 태어나는 것처럼. 책을 읽고 여기저기에 추천하고 다녔는데, 추천받은 이들이 책을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서로를 이해하면서 가족이 하나가 되려는 그 모습을, 모두가 한 번쯤 읽어보고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