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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Jul 23. 2022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정진영)

네이버에서 운영 중인 여러 가지 '판'들이 있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던 판은 영화판과 북판(책판?)이었다. 영화판은 없어지고 (생각해 보니 기부 카테고리를 보던 함께N 판도 없어졌다. 왜? 네이버는 이유를 좀 알려달라) 책판은 '책방'이라는 탭으로 옮겨진 것 같다. 신간 정보나 책에 대한 정보를 책판에서 많이 얻던 나로서는 개편 이후의 네이버 앱과 구조들이 좀 아쉬울 따름이다. 


이 소설은 작년 가을이었나, 신간 문학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다가 '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애석하게도 작년 추석에 읽으려고 빌렸다가 다른 책에 밀려 못 읽고 반납, 또다시 빌렸다가 다른 책에 밀려 또다시 그냥 반납, 빌리려 시도했다가 어라? 누군가가 빌려 갔네? 포기..라는 4번의 실패를 거쳐, 올 4월 우연히 '아, 그래. 그 책 읽고 싶었잖아?'라는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결론적으로 읽길 정말 잘한 책이고 참 재미있고 슬프게 본 책이다. 재미있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고 너무 슬퍼서 지하철에서도 눈물을 그렁거렸고 집에서는 오열을 하면서 읽었다는... 역시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은 고르면 안 된다. (<-?)


제목이 참 와닿는다. 책의 내용과도 참 잘 맞는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생각해 보면 엄마도 나보다 어렸던 시절이 있었을 거고,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데 왜 잘 이해하지 못했나 싶다. 지금도 가끔 엄마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나도 나이가 들다 보니 어느 정도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어렸을 적 상처 받았던 부분들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그랬겠지만 20대에 결혼을 한 엄마가 오빠와 나를 낳고 기르며 얼마나 외롭고 지쳤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른 중반 지금의 나는 회사만 다녀와도 녹초가 돼서 바닥에 붙어 꼼짝도 안 하려 하는데, 서른 중반의 엄마는 아이 둘을 돌보며 온갖 살림을 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줄거리는 간단한데 내용은 간단하지 않다. 13년 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 대장암 판정을 받은 주인공은 짐 정리를 하기 위해 고향에 갔다가 우연히 젊었을 적 엄마의 일기를 읽게 된다. 주인공 기억 속 항상 짜증이 많고 우울했던 엄마. 아들 둘은 단 한 번도 엄마를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았고 되려 반기를 들었다. 끝까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일기를 읽은 주인공은 엄마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엄마는 이제 없다. 그래서 ai로 엄마를 복원하기로 결심한다. 


엄마의 일기를 읽다 눈물을 왕창 쏟아버렸다. 엄마 역시 우리가 숱하게 마주했던 작은 아이 중 하나였고, 청소년이었고, 찬란한 청춘을 보냈다는 걸 우리 모두가 잊고 사는 것 같다. 마치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짠! 하고 엄마로 태어나는 것처럼. 책을 읽고 여기저기에 추천하고 다녔는데, 추천받은 이들이 책을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서로를 이해하면서 가족이 하나가 되려는 그 모습을, 모두가 한 번쯤 읽어보고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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