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230731~230819)
시작하는 말: 우리의 그릇된 행위를 힘든 시대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인 시대라는 이유로 우리의 그릇된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첫 문장: 잠이 덜 깬 타마라는 촉촉한 계란 프라이가 담긴 접시를 마주하고 앉아서 아침을 먹었다. (p.9)
(23/08/19)
|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도 결국 죽을 거야. 음악과 시는 영원히 존재할 테고 말이야.
| (...) 소설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사람들의 삶에 벌어지는 우연한 사건과 작고 큰 결정들이 역사의 한순간을 이룬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또한 복잡한 심리보다는 사랑, 고통, 죽음, 두려움과 같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공명하는 감정들로 이야기를 풀어감으로써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 이렇듯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커다란 초록천막》은 한 시대에 대한 독특하고 생동감 넘치는 악보가 된다.
/ 출판사 서평
이 소설에서 ‘운명’이라는 단어는 꽤 눈에 띄게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다. 운명이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인물들, 그런 만남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사건들, 그리고 그런 사건들이 모여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는 순간들을 작가는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러한 과정에서 음악, 문학, 사진, 그림 등의 예술을 활용해 인물들의 삶을 또 하나의 예술로 엮어 내는 것이 흥미롭다. 또한 이들의 삶만큼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죽음이다. 한 끗 차이로 생사가 오가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죽음과 삶이 극명히 대비되는 공간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작가는 끊임없이 삶과 죽음에 관해 고찰하게 한다.
선인과 악인으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등장인물들이 격동의 시기를 통과하는 러시아와 온몸으로 부딪히며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때론 기쁨을, 때론 슬픔, 아픔, 고통을 느끼며 살아간다. ‘커다란 초록 천막’은 삶을 의미하는 걸까, 죽음을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삶과 죽음 사이의 세상을 의미하는 걸까. 읽을수록 결말이 점점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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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에피소드
「지하의 아이들」
-> 삶과 죽음은 어쩌면 한 끗 차이가 아닐까
「'러문애'」
-> ’유년기와 청년기 사이에 존재하는 사막‘과 곤충의 변태 과정
「커다란 초록 천막」
-> 참 다양하고 복잡한 면모를 지닌 존재, 인간
「고아들」
-> 죽음과 삶이 극명히 대비되는 공간, 장례식장
「높은 음역대」
-> ‘사랑과 허기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고, 다들 언젠가는 그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여자 동기들」
-> 사람은 참 사소한 것으로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고, 또 참 사소한 것으로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다
(*브릭스북클럽 참여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