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트리플 15 (e-book, 231017~231018)
끝내 사랑을 멈추지 않는 마음
/ 해설 | 마음의 형태학: 귀신, 마음소라 그리고 요정 — 전승민 문학평론가
(23/10/19) 이유리 작가님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 이 책과 『좋은 곳에서 만나요』 두 권을 먼저 골라왔는데, 이 작품을 먼저 읽었다. 자음과모음의 트리플 시리즈는 처음 읽어보는데, 세 편의 단편과 작가의 에세이, 그리고 작품 해설로 이루어져 있어 만약 처음 읽어보는 작가라면 이 시리즈로 작가의 작품을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으로 이유리 작가님의 작품에 입문하게 된 게 굉장히 만족스럽다. 해설에서 『브로콜리 펀치』의 작품 몇 편도 소개되어 이유리의 세계가 더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Q. “세상에 정나미가 떨어지더라도 사람끼리는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 있다. 팍팍한 세상에서 본인이 믿는 희망은 여전히 사랑인가?
A. 말로 내뱉자면 낯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미움을 이긴다고 믿는다. 결국에는 사랑이 이긴다. 내가 중심을 잃고 흔들릴 때도 ‘그치만 결국 사랑이 이길 텐데’라고 되뇌며 논리를 갖추거나 생각의 근육을 키우거나 마음을 다스리곤 한다. 사랑이 이긴다는 명제는 내 삶을 통해 충분히 경험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믿고자 한다.
위의 문답은 하퍼스바자에서 진행한 아이유의 인터뷰에서 정말 인상적이어서 따로 기록해 두었던 구절이다. ‘사랑이 미움을 이긴다’, ‘결국 사랑이 이긴다’는 말은 ‘끝내 사랑을 멈추지 않는 마음’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는 내내 저 구절이 마음에 맴돌았다.
세 편의 단편은 우리에게 사랑의 다양한 모양을 보여준다. 얼굴도 모르는 이를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것도 사랑, 진심을 알면서도 그것을 솔직히 말하기보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는 것도 사랑, 그리고 인간이 아무리 잘못을 저질렀어도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도 사랑이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아무리 세상에 나쁜 사람이 많다 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만 하고, 그렇기에 인간적인 마음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고 끝내 사랑을 포기해선 안된다. ‘모든 것들의 세계’에서 사랑하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사랑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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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의 세계」 *
: 사랑하는 이를 충분히 기억하고 그리워한 다음 잘 보내준 후에야 진짜 이별이 찾아오는 것
| 산 사람인 애인은 언젠가는 결국 천주안을 잊을 것이고 천주안은 그 하나하나의 과정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게 되겠지만 적어도 그것이 그렇게까지 슬픈 일은 아니기를, 마지막에는 기어이 잊혔음을 기뻐하며 사라질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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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소라」
: 진실을 안다는 게 언제나 좋은 일인가에 대한 고민
| 분명 처음에는 별것 아닌 실금에 불과했을 그것을 만약 제때 알아차리고 메꾸어낼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 아름다운 건물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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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코인」
: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잃지 않아야 하는 어떤 믿음
| “우진아, 우린 잘못한 거 없어."
(...)
“바꿀 수 없다면 우리도 똑같아지면 돼. 이왕 나쁜 놈이 될 거면 확실히, 제대로 나쁜 놈 한번 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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