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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Dec 05. 2023

이주혜, 누의 자리

자음과모음 트리플 18 (e-book, 231203~231204)



*별점: 4.0

*한줄평: 너와 나, 우리가 아닌 ‘누’

*키워드: 너와 나 | 우리 | 언어 | 애도 | 사랑 | 구원

*추천: 너와 나, ‘누’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이주혜의 소설들은 여성성에 근거해 여성에 부여된 자리들에 대한 고발이자 자리 없는 여자들에 대한 구원의 이야기이다.
/ 해설 | 소영현, 자리 없는 여자들


(23/12/05) 이주혜 작가님은 문학과지성사의 『소설 보다 : 가을(2023)』에 실린 「이소 중입니다」로 처음 만나게 된 작가님이다. 소설도 좋았지만 인터뷰가 특히나 인상적이어서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전자책이 있길래 읽어 보았다.


  「누의 자리」와 「골목의 근태」가 ‘제비 뜨개방’이라는 공간을 공유하며 처음과 끝에서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면, 「소금의 맛」은 하얗고 빛이 나는 소금 기둥처럼 반짝거리는 두 연인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재회 이야기가 아름답다. 작가의 에세이도 참 좋았다. 사실과 거짓말, 그리고 그 사이의 ‘이야기’.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그들의 얼굴. 이주혜라는 작가와 그의 세계를 더 알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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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의 자리」

: ‘오직 너와 나, 단 두 사람만을 위한 무대’인 ‘누’를 만들어준 이를 위한 자리


| 내게 ‘누’는 ‘누구’가 아니야. ‘누’는 ‘너와 나’야. (…) ‘누’라는 무대에 오직 너와 나, 단 두 사람만 올리고 싶어. 이제 ‘누’는 너와 나만을 위한 단어야. 내가 그렇게 언명했어. 그 자리에서 우리는 함께 아름다운 춤을 출 거야.


———······———


「소금의 맛」 *

: 소금의 값과 소금의 맛, 그리고 사랑의 값과 사랑의 맛


| 하이스미스가 소금 기둥이 되어버린 롯의 아내를 떠올렸다면 그것은 소설 속 캐롤과 테레즈의 고통에 집중했기 때문이겠지요. 만약 「마태복음」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거라면 고통보다는 사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 아닐까요? 소금은 짜야 한다. 그게 소금의 값이고 소금의 대가이다. 캐롤과 테레즈의 입을 빌리면 이런 말이 되겠지요. 이 사랑은 고통이다. 그게 이 사랑의 값이고 대가이다. 소금은 짜서 소금이고 이 사랑은 고통이지만 끝내 사랑이다.


———······———


「골목의 근태」

: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되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


| 누구도 내가 아이를 버린 게 아니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누구도 내가 지은 죄에 비해 너무나 과도한 벌을 받았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나를 낳고 키워준 친정 엄마마저도 이혼 직후 친정에 와 누워 있는 내게 혼잣말인 듯 중얼거렸다. 그러게, 어미가 되어서는 왜 그렇게 일 욕심을 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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