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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Dec 08. 2023

박연준 외 5명, 겨울 간식집

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1기 (231205~231206)



*별점: 4.0

*한줄평: 올 겨울엔 겨울 간식집에서 이야기 하나씩 꺼내 먹는 거 어때요?

*키워드: #겨울간식 : 뱅쇼, 귤, 다코야키, 만두, 호떡, 유자차 | 관계 | 문턱 | 용기 | 행복 | 애증 | 영원

*추천: 여섯 명의 작가님이 써 내려간 겨울 간식 관련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창밖. 여전히, 고요히, 어쩌면 영원히, 눈이 쏟아지고 있다.
/ 정용준, 「겨울 기도」


(23/12/06) MBTI 테마소설집에 이어 이번엔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읻다 넘나리 마지막 소설책은 표지만 봐도 포근하고 귀여운, 겨울 간식 이야기가 가득한 단편소설집이다.


 박연준, 김성중, 정용준, 은모든, 예소연, 김지연 여섯 분의 작가님들이 쓰신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올해만큼 앤솔러지를 많이 읽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꽤 매력적이라 앞으로도 읻다의 테마소설집은 쭉 찾아 읽어 볼 생각이다. 올여름에는 기담, 겨울에는 간식집으로 계절과 찰떡인 테마소설집들이 출간되었는데, 내년에는 읻다에서 어떤 테마소설집이 나올지도 궁금해진다 ㅎㅎ


 모두 재미있게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Best 3을 뽑으라면 김성중, 정용준, 김지연 작가님의 단편을 고르겠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간식들이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함이 느껴져서 더더욱 좋았던 단편들이었다. 마음에 든 문장들이 많아 고심해서 필사를 했다. 가장 좋았던 단편 하나만 뽑으라면 김성중 작가님의 「귤락 혹은 귤실」! 리미널리티, ‘문턱의 시간’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섯 분의 작가님이 각자 적으신 겨울 레시피가 정말 소중하고 귀여웠다 ㅋㅋㅋ 이번 겨울에는 노라 존스의 <December> 듣기, 겨울잠 준비, 눈이 펑펑 오는 날 창문이 큰 카페에 앉아 바깥 바라보기, 송년회 때 ‘올해의 발견’ 이야기 나누기, 수면 잠옷에 수면 양말을 신고 오래도록 전기장판에 누워 있기, 밤 쪄먹기를 꼭 해봐야겠다!


 겨울이 되면 즐겨 먹는 나만의 겨울 간식과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작가님들이 겨울을 나는 겨울 레시피가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소설집 강추! 올 겨울에는 따뜻한 겨울 간식들을 잔뜩 쌓아 두고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의 이야기들을 야금야금 꺼내 먹어야지!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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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한두 벌의 다른 옷」

: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면 고통


| 혼자 돌아오는 기차에서 나는 그때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들, 가벼운 한숨과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을 생각했다. 그런 건 아무 때고 이유도 없이 휘발된다. 가까이에서 서로의 삶을 보살피는 사이, 관계가 붉게 엉키는 순간부터 사라진다. 저녁이 되어 빛이 사라지듯이. (p.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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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귤락 혹은 귤실」 *

: 리미널리티, 문턱의 시간에서 문턱을 넘을 결심


| 방향 상실의 감각은 언제나 황홀하다. 하지만 그 감각의 모래알 또한 정해져 있는 것이다.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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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겨울 기도」 *

: 오랜 잠과 꿈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용기


| 신경은 맞은편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캄캄한 지하 터널 속을 터덜터덜 달리는 기차 유리창에 붙어 흔들흔들 움직이는 여자. 꿈 밖으로 빠져나온 사람 같다.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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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모든, 「모닝 루틴」

: ‘당신이 원하는 만큼’ 행복해질 것


| 어린 시절에 은하는 떡만둣국을 다 비워서가 아니라 할머니의 그 말 덕분에 비로소 한 살 더 나이가 드는 것처럼 느꼈다. 따라서 언젠가부터 나이에 맞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자신할 수 없는 이유는 더 이상 할머니의 그 말을 듣지 못한 데서 연유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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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 「포토 메일」

: 단지 ‘애증’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복잡한 감정


|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주 많은 기회를 외면했을 거야.”

  (...)

  “호떡에 든 앙금이 팥인 줄 알았던, 그 애처럼 말이야. 호떡이 뭔지도 모르고 호떡을 외면해 온 거잖아.”

  (...)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내 자리를 찾아가고 있어. 종종 무언가를 오인하고 거들떠보지 않다가 종국에 무언가를 깨닫고 후회하면서.” (p.16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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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유자차를 마시고 나는 쓰네」 *

: 순간을 영원히 담아둘 수는 없을까요


| 누구의 손도 안 타게 밀봉해서 물도 산소도 닿지 않게 하면 영영 썩지 않을 수 있을까.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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