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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Dec 15. 2023

민구 시인과 함께 하는 핀사단

필사 두 번째 시: 「평평지구」



민구, 『세모 네모 청설모』


미안해요 천사
나는 아직도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해

하지만 엄마의 병이 다 나아서
검은 머리가 난다면

그때는 평평지구

/ 「평평지구」 (p.54)


———······———······———


(23/12/15) 민구 시인과 함께 하는 핀사단 필사 두 번째 시는 「평평지구」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둥글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가 체감하는 지구는 이 시의 제목처럼 평평하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지구평면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존재한다. 이 시에서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그들을 비난하는 이들이 등장하는데,  화자가 그들이 ‘사이좋게 눈을 맞고 있다’고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다. 지구가 평평하든, 둥글든, 그들은 모두 지구에 사이좋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각자의 믿음대로 살면 되는 게 아닐까.


 화자는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하지만, ‘엄마의 병이 다 나아서 / 검은 머리가 난다면 // 그때는 평평지구’라고 말하는 것을 봤을 때 엄마의 병이 나을 수만 있다면 천사 옷을 입은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을 수 있는, 혹은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인 것 같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어서 병이 나을 수만 있다면 나라도 천 번 만 번 믿고 싶은 대로 믿을 것이다.


 시집의 제목 ‘세모 네모 청설모’는 이 시에서 온 걸까? 아직 시집을 다 읽어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세모 네모 청설모’라는 제목의 시가 없어서 시집의 제목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민구 시인의 두 번째 문자에서 ‘명확하진 않지만 믿고 싶은 것에 믿음이 실릴 때, 우리는 지금보다 다양한 장면을 만날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남았다. 가끔은 불확실하고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도 간절하게 믿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한 믿음 후에 다양한 장면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 좋다.


(*현대문학 핀사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도서제공 #현대문학 #핀사단 #필사

#민구 #세모네모청설모 #pin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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