읻다 넘나리 2기 (240410~240419)
* 별점: 4.0
* 한줄평: ‘삶은 죽음이고, 죽음 역시 하나의 삶이다.’ (「몰락하는 조국···」, p.251)
* 키워드: 분열 | 신 | 밤 | 그리스 신화 | 고전 | 비가 | 송가 | 찬가 | 낭만주의 | 고전주의 | 종교 | 영감 | 계시 | 예언자 | 합일 | 영원 |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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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넘나리 2기 세 번째 도서로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시집 『생의 절반』을 읽었습니다.
* 『생의 절반』은 읻다에서 출간된 은유 작가님의 번역가 인터뷰 산문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를 읽으면서 알게 된 번역가 중 한 분인 박술 님이 번역하셨는데요. 그 책의 인터뷰에서 ‘시 번역은 결과물이 시여야 하죠. 결과물이 아름답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오히려 원본보다 아름다워도 돼요. (p.236-237)’라고 말씀하신 게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시집을 읽는 게 기대되었어요. 독일어는 알지 못해서 독일어 원문과 비교하며 읽을 수 없는 게 아쉬웠지만요. (참고로 은유 작가님의 책 해외문학을 즐겨 읽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 문학 번역이라는 어렵지만 아름다운 일을 사랑하고 즐기는 번역가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요!)
* 읻다 시인선은 이번이 세 번째였는데 이번 시집은 다른 시집들에 비해 쉽게 읽히는 시집은 아니었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그리스 고전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오랜만에 운율과 형식이 있는 시를 읽은 느낌이라 재미있기도 했어요! 독일어를 전혀 알지 못해도 단어를 보며 운율을 찾고, 또 번역된 단어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읽는 게 좋았어요.
* 저는 횔덜린이 탑에 갇혀 스카르다넬리라는 서명을 남긴 최후기 시들에 가장 마음이 가더라고요. 현재 시제만 있고, 특정 인물이나 신이 등장하지 않아 ‘나도 없고, 너도 없고, 이름도 시간도 없지만’(p.366) 계절의 흐름만은 알 수 있는 시들. ‘서른일곱의 나이로 탑에 들어와 일흔셋의 노인이 된’(p.368) 횔덜린이 탑 안에서 ‘내다본’ 것은 아마 계절의 변화였겠지요. 그야말로 ‘생의 절반’을 탑 안에서 보내며 횔덜린은 시간의 흐름이 무의미해진 ‘영원’에 가까운 시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곳에 머무르며 삶과 죽음의 구분조차 무의미해 결국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어요.
* ‘삶은 죽음이고, 죽음 역시 하나의 삶이다.’ (p.251) 우리는 살아가면서 동시에 죽어가는 존재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 구절이 더 와닿았어요. 횔덜린을 광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는 시대를 너무도 앞서 간 예언자이자 선지자였던 것은 아닐까요. 『횔덜린 서한집』을 함께 읽으면 더 풍성한 독서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읽어보고 싶어 졌어요. [24/04/23]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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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란 이러하다. 재화가 주어지고, 어느 신이
몸소 은총을 내리더라도, 그는 보지도 알지도 못한다.
직접 짊어져야만 하는 것. 이제 그는 가장 사랑하는 것을 부르려니,
이제 마침내 그를 위한 말들이 꽃처럼 피어나야 한다.
/ 「빵과 포도주」 부분 (p.21, 23)
| 헤라클레스처럼 신과 싸우는 일, 그것이야말로 고통이다. 또한 이 삶을 질투하는 불멸도, 또 불멸을 나누는 일도 고통이다. 그러나 인간이 여름의 얼룩으로 뒤덮이는 일도 고통이다, 어떤 얼룩에 완전히 가려지는 일은! 이는 아름다운 태양이 행한 바, 그녀는 만물을 기른다. 장미를 들어 그리하듯, 빛살로 돋우며 젊은이들을 인도한다. 그러니 오이디푸스가 겪은 고통은 마치 가난한 남자가 무언가 부족하다며 탄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라이오스의 아들이여, 그리스의 불쌍한 이방인이여! 삶은 죽음이고, 죽음 역시 하나의 삶이다.
/ 「몰락하는 조국···」 부분 (p.249,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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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완결작
「운명신들에게」
「빵과 포도주」
「도나우강 원류에서」
「디오티마를 잃은 메논의 비가」
2부 | 찬가
「생의 절반」
「추억」
「그리스」
3부 | 파편
1장 찬가 파편들
「언어」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2장 핀다로스 파편들
「진리에 대하여」
「세월」
3장 시학-철학적 파편들
「몰락하는 조국···」
4부 | 메아리
「사랑스러운 푸르름 속에서···」
「봄」 (p.263)
「봄」 (p.267)
「가을」 (p.291)
「우정」
「내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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