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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밍북 Oct 30. 2021

야간 결혼

Night Wedding  (시2) 

                                                                                                              노운아 



료는 똑같다.

나도 똑같다.     


영업 끝난 반짝거리는

울림 가득 콘제르바토리움에서     


마감을 알리는 거적이 

신부 입장 카페트처럼 

늘어 있다.      


료와 나는 시계를 본다.      


밖은 야간.       


문을 슥 열고 들어오는

눈이 옆으로 찢어진 사내 

료는 그를 반긴다.      


나는 떨어져나와 

흰색 드레스를 입고 마감 거적이 

신부 입장 카페트처럼 늘어진 

울림 가득 콘제르바토리움에서 

모든 것이 끝난 곳에서 

시작을 알리는 그곳을 걷는다.      


한 여자가 온다.      


그녀가 내 발뒤꿈치를 보고는 

“결혼을 위한 

보드라운 발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아직 결혼하면 안 됩니다.” 

울림 가득 콘제르바토리움에서 

그녀가 말한다.      


성스러운 낮, 

우리는 낮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내 눈이 뿌옇게

눈물이 맺혔는가

아니었다. 네온이 내 눈을 시렸다.      


지금은 야간 열한 시.     


눈에 맺힌 네온을 닦고

료에게 연락한다.      


"료, 우리는 결혼을 했네요." 

"료, 이곳은 밤만 있네요."      


울림 가득 콘제르바토리움에서 

나는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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