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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통해 세상을 배우기를

그럼에도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by 분초 Feb 09. 2025


주말이 끝나가는 즈음, 아이의 몸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이야기를 장모님께서 전해주셨다. 주말에 일이 있어서 아이를 보지 못한 탓에 죄책감이 들었지만, 평일 동안 매일 아이를 보았던 나로서는 그 갑작스러운 변화가 조금 의아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안 좋아졌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 카페 야외에서 아이가 자동차를 타고 싶어 했던 일이 화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쳤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 당시 외식을 하려던 터라 걱정을 안고 음식점에 들어섰다. 역시나 무리였던 걸까.
급격히 나빠지는 표정과 연거푸 음식과 수저를 번갈아 던지는 바람에 황급히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오고 나서 생각했다, 아 지금 상황에서의 외식은 너무 컸던 욕심이었나 완전한 판단미스였다.
그렇게 씁쓸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간단한 세수와 함께 본인도 사회생활이 고되었는지 금방 곯아떨어졌다.





 다음 날 아침,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내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같았으면 눈인사를 주고받았을 텐데, 아이는 눈을 감고 깊이 자고 있었다. 조용히 귀를 대고 체온을 재보니 38도가 넘었다. 마음속에서 애써 의연한 척을 하려 했지만, 걱정이 가득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다행히 아내가 어플로 예약을 잘해주어, 시간에 맞춰 외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해열제와 기존에 받았던 약을 먹이고, 조금이라도 열이 떨어지기를 바라며 옷을 천천히 갈아입혔다. 집 앞에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 미리 잡아놓겠다는 마음으로 애꿎은 액정만 연신 눌러댔는데, 하늘이 도와준 듯이 택시가 바로 잡혔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이제 내 옷까지 입고 힙시트까지 완전 무장하여 조심스레 나갈 채비를 마쳤다. 아프고 힘든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최근 독감이 유행이라 제발 아이에게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러나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초대하고, 그로 인해 나는 더욱 초조해졌다. 한참을 달려 우리는 병원에 도착했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다행히 예약 덕분에 매직패스처럼 수월하게 접수를 마쳤다.

 



 간호사분들은 축복이를 무척 좋아해 주셨고, 그 덕분에 아이도 그 순간만큼은 웃으며 잘 지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우리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갔다.

"모세기관지염이요?"
"그게 뭐예요?"
 "네?"
"폐렴 초기라고요?"
"그럼.. 뭐 입원 같은 건 안 해도 되는 건가요?"
"가정보육해야겠죠..?"

밖에서 들었음 정말 연신 질문만 하는 영락없는 초보 아빠다. 그렇지만 너무 걱정되는 건 숨길 수 없었다. 특히 마지막질문은 약간의 나의 안위도 고려한 질문이라 조금 민망했다.

열이 계속 오르고 안 내려간다면 입원해야 된다는 선생님의 말에 결심이 섰다.
사회생활도 많이 안 겪어본 저 소중한 아이에게 힘들고 우울한 병원생활을 먼저 겪게 하고 싶진 않았다. 꼭 낫게 하리라.
(교통사고로 병원에서 며칠 동안 그리고 살아온 과정속에서 그동안 작은 병치레를 자주 했었기에 응급실에 자주 갔었던 글쓴이는 병원생활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가 적어도 내가 느꼈던 감정을 똑같이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나오는데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간호사분의 말에
씩씩하게 진료를 마치고 온 아이에게는 또 한 번의 고비였다. 주사 맞기 전 아이손을 꼭 붙잡고
아빠가 항상 옆에 있을 거야 그러니 무서워도 절망하지 마 아빠가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담담히 말을 했더니 빤하니 쳐다보는 아이의 맑은 눈을 보고 괜스레 눈물이 고였다. 주책맞다고 나이가 듦에 따라 여성호르몬이 올라오는 것 이라며 잔뜩 힘을 주며 주사 맞고 엎드려 서럽게 우는 아이를 잘 타이르며 집으로 향했다.

 아프면 제일 서럽고 힘든 건 본인일 테지만 부모마음으로서는 본인의 아픔을 단정할 순 없겠다 그렇지만 최소 그 이상은 아플 것이라 자신 할 수 있겠다.
 부디 크는 동안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만
두 돌 전까지 잔병치레를 많이 한다는 건 아이 키우는 부모들에겐 흔한 정보이다.
 이왕 아픈 순간순간을 너무 아파하지만 말고 꾀가 좀 더 늘려나 보다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렇게 의연하게 아이 스스로도 이 과정을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평안하게 보냈으면 한다. 춥기만 했던 1월이 지나 어느덧 봄을 부르는 2월이 오는가 보다. 바람이 차갑지만 꽤 포근해졌다.


병원에서 씩씩한 축복이병원에서 씩씩한 축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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