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수첩(禪帖) p.11
흘러간다
모든 소리가
모든 풍경이
모든 감각이
모든 푸념이
모든 아쉬움이
미완으로 남은 모든 것들이
삭히지 못한 분노들이
결실을 맺지 못한 수많은 꿈들이
나를 배신한 노력과 양심이
내 뒤통수를 갈기고 간 희생이
흘리다 만 눈물이
웃다 멈춘 웃음이
지키지 못해 아픈 약속이
힘든 이 앞에서의 오만이
헤아려 주지 못한 모든 눈물이
접자는 결심이
펼치자는 다짐이
흘러간다 내가
흘러간다
달이 강물에 잠긴다
강물은 흘러가고
강물 소리도 흘러간다
먼 창문에는 보는 눈 하나
미동도 없다
모여든 별들은 다시
저마다 흩어진다
달은 미동도 없다
속지 말 것
속지 말 것
천 개의 강이 달을 품어도
강이 마르면 그뿐
달은 어디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