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이야기(4)

동화시

by 분촌

깜깜 땅속에 숨어있자니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어요.

‘이제 이곳은 너무 좁아.’

‘저쪽 땅으로 넘어가자.’

‘저쪽은 넓고 햇볕도 잘 들어.’

‘남의 땅인데 괜찮을까?’

‘지금 남 걱정할 때야?’

‘우리 종족의 미래만 생각하자고.’

‘비가 내리면 개울이 생겨서 건너가지 못해.’

‘당장 오늘 밤, 어둠을 틈타 뿌리를 뻗자.’

아까시 나무들 속삭임이었어요.

땅속은 고요해서 속삭임도 크게 들렸어요.

할미꽃은 소름이 돋았어요.

“아까시가 밀려오면 이 산은 어떻게 될까?

어리고 약한 나무들은 밀려나고 말거야.

아까시를 따라 벌들이 몰려오면

맘씨 고운 나비가 떠나버리고

아까시 뿌리가 빈틈없이 들어차면

개구리가 놀 곳도 줄어들겠지.

아까시 가시가 우거지면

첫동네 아이들은 산꼭대기에 오르지도 못하겠지?”

할미꽃은 잔디들에게 위험을 알렸어요.

잔디들은 나무들에게 위험을 알렸어요.

나무들은 바람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바람은 비구름을 불렀어요.

비구름은 비를 뿌리기 시작했어요.

말랐던 실개울이 점점 불어났어요.

개울은 잔디밭까지 넘쳐흘렀어요.

개구리들은 신나게 떠들어댔어요.

잔디들은 꼴깍꼴깍 맛있게 물을 마셨어요.

하지만 할미꽃은 너무 추웠어요.

하루 종일 온 몸이 차가운 물속에 잠겨 있었어요.

거센 빗줄기에 돌덩이 하나 기우뚱 하더니

데굴데굴 굴러와 할미꽃을 덮쳤어요.

할미꽃의 머리는 물속으로 고꾸라졌어요.

할미꽃은 눈물을 흘리며 아픔을 견뎠어요.

하지만 아픔은 너무 크고 강했고

할미꽃의 몸은 너무 작고 약했어요.

할미꽃은 추위와 아픔으로 몸을 떨었어요.

할미꽃은 홀로 외롭게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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