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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투리 Apr 08. 2024

3,000원짜리 자존심

주변의 시선이라는 큰 벽




수영장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과 함께 물 안에 있을 땐 몰랐는데 혼자 서 있으니 뭔가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 

누군가 수영복 차림의 나를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주변의 높은 건물들이 너무 신경 쓰인다.

이 부끄러움 앞에서 내가 가진 빨간색 멋진 차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선을 끌어들여 나의 부끄러움만 가중시킬 뿐이다

나에게 없는 옷 때문에 부끄러운 것일까...
아니면 내가 가진 볼품없는 몸매 때문일까...









앞뒤로 꽉 막혀버린 큰 벽



배달 어플을 깔고 교육까지 받았다. 당근에서 만 원짜리 배달가방까지 샀다. 이제 수락 버튼을 눌러서 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몇 주 동안 이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쩌지...'


'배달 시간에 완료하지 못하면 어쩌지...'


'음식이 식어 컴플레인을 받으면 어쩌지...'


'진상 고객을 만나면...?'


'막상 나갔는데 배달 건수가 없어서 그냥 서있는 것도 싫은데...'


어플을 켜 놓고 뜨는 배달 건들을 보기만 할 뿐, 거리를 따져보고 배달수당을 면밀하게 따져보지만 사실은 '지금 당장 수락버튼을 누르지 말아야 할 수많은 이유들'만 떠올리는 중이다.







직장이라는 수영장 안에만 있던 나에게 물 밖으로 나와 일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색한 일이었다. 

건물들의 사람들(주변 사람들)은 나를 거들떠도 보지 않지만 스스로 의식하며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대기업 과장이라는 타이틀은(빨간 자동차)는 나의 부끄러움을 증가시킬 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달일이 부끄러운 것일까 
아니면 더 많은 돈을 갈망하는 내 욕심을 드러내는 게 부끄러운 것일까...



그렇게 나는 아직도 주변의 시선이란 큰 벽 앞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이 큰 벽은 무너지게 됐는데 그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충동적으로 눌러버린 수락버튼 그리고 내 손에 쥐어진 3천 원...


온갖 두려움과 부끄러움 그리고 수치심은 이 3천 원 앞에서 무너졌다.


내 두려움의 가치는 3천 원보다는 못 했나 보다.


3천 원 만도 못했던 내 자존심이었던 건가...



결국 나는 내 시간에 돈을 지불하며 낭비하는 대신 내가 가진 시간이라도 팔아 이 돈을 쥐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배달 부업'을 시작했다.









배달하는 대기업 김과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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