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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투리 Apr 15. 2024

배달의 미학

부업으로 펼쳐진 삶의 보너스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2살 된 아기가 나를 반겨준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도 하지만 육아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기도 하다. 잠깐 놀아주는 것도 잠시, 아기에게 저녁을 먹이고 씻긴 다음 재우는 것을 마쳐야 비로소 우리 부부가 식사를 할 수 있다. 손발이 잘 맡거나 타이밍이 좋으면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있지만 우선순위가 낮은 우리의 식사는 밀리는 일이 잦았고 과정이 고되면 고될수록 배달음식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맛집레이더 기능 추가


배달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바뀐 게 배달비용과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치킨 한 마리를 먹기 위해서는 내 1시간 이상의 노동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 한 번의 배달음식을 시켜 먹어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피곤해서 시키는 무분별한 주문이 아닌 부부 모두가 만족할만한 안정적이면서 확실한 주문 말이다. 


배달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주문의 성공률이 몹시 높아졌다. 내가 주문해보지 못한 많은 가게들을 직접 살펴보고 주문하니 좋을 수밖에... 직접 현장을 바라보니 위생이 엉망인 가게들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주로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다수의 상호를 가진 가게들이었다. 이런 곳은 가게를 찾기도 힘들 정도인데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야식을 먹고 싶은 식욕이 떨어지는 곳도 있었다. 







운동효과 및 체중감량


육아 자체가 몸과 정신이 힘든 일이라 자연스럽게 운동과는 멀어지던 중이었다. 정말 사랑했던 축구임에도 친구의 부름에도 부담을 느끼고 거절하기 일쑤였다. 자연스럽게 몸무게는 불어나고 배만 나오던 차였는데, 아이러니하게 배달을 한 뒤 몸무게가 줄고 있었다. 이게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살이 빠진 것인지 야식 배달을 줄여서 그런 건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기대하지 못했던 큰 효과였다. 



집중력 향상


배부른 상태로 지쳐서 잠에 드는 것보다 배달로 땀을 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한 뒤 잠이 든 다음날의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다. 그냥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배달 부업을 한 뒤 일이 밀리지 않고 잘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부업을 하는 게 업무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터부시되는 분위기지만 밤늦게 술을 마시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업무적인 고민이 있을 때는 일부러 자전거를 끌고 나갈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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