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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Feb 04. 2019

저축의 한계, 투자의 신세계

  한 때, ‘풍차 돌리기’라는 예금 운용 방식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금융 문맹자였던 나에게는 마치 무협 소설의 어마 어마한 무공을 이르는 말처럼 들렸다. 또한 마이너스 통장이 가지고 있는 통장의 전부였던 나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뒤늦게 저축 상품에 대해 알아보던 나는 내가 여태껏 예금과 적금의 차이조차 헷갈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저축은 예금과 적금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예금은 다시 보통예금과 정기예금으로 구분된다. 보통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롭고 가입 대상이나 예치 금액, 예치 기간에 제약이 없이 말 그대로 수시로 입금과 출금이 가능한 아주 일반적인 통장을 말한다.   


  이와는 달리 정기예금은 일정 금액의 돈을 정해진 예치 기간만큼 맡기고, 정해진 만기 후에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는 것을 말한다. 또한 적금은 정기적금과 자유적금으로 나뉘는데, 정기적금은 정해진 기간 동안 일정액을 매월 적립하고 만기일에 약정 금액을 지급받는 형태로, 매월 10만 원씩 12개월, 매월 30만 원씩 24개월 등 월 납입 금액과 기간을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자유적금은 정해진 기간 동안 그 납입 금액을 정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적립을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예금이나 적금보다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줄 것만 같은 이 ‘풍차 돌리기’라는 것은, 알고 보면 심리적 효과 외에 별 메리트는 없다.


  '풍차 돌리기'는 정기적금 상품을 매월 추가해 가는 방식과 정기예금을 매월 하나씩 가입해 총 12개의 정기예금 통장을 만드는 방식이 있다.


  이 두 가지의 방식 중, 전자의 방법은 정기적금의 금리가 정기예금보다 비교적 높다는 점에서 약간의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지만 매월 불입해야 하는 금액이 커져가는 까닭에 제대로 설계하지 못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후자의 방법은 매월 불입액이 증가하는 부담은 없지만 금리 혜택이 전혀 없다는 단점을 지닌다.

 정기예금은 대략 1년의 기다림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 ‘풍차 돌리기’를 하게 되면, 1월에 가입한 1년 만기 예금의 만기는 다음 해 1월이 되고, 2월에 가입한 1년 만기 정기예금의 만기는 다음 해 2월이 되는 식으로 매월 만기 자금을 손에 쥘 수 있다. 따라서 지루한 저축의 시간을 견디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혹시라도 정기예금을 해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그러나 ‘잘못된 풍차 돌리기’를 시도하다가 실익이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나에게 지금 여유 자금 1,200만 원이 있는데, ‘풍차 돌리기’를 한답시고, 1월에 100만 원, 2월에 100만 원, 3월에 100만 원 같은 식으로 예금을 한다면, 마지막 12월에 정기예금에 납입하기 위한 돈은 무려 11개월 동안이나 0.1%의 보통예금 통장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사용하지 않을 여유 자금은 무조건 이자율이 높은 통장에 하루라도 빨리 넣어 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목돈은 정기예금에 저축해야 하며, 정기적금이나 자유적금은 정기예금이나 투자를 위한 목돈 마련을 위한 저축이라는 금융 상식을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는 연 2.5%고, 정기적금 금리는 연 3%라고 가정해 보자. 당신의 여유 자금 천만 원은 과연 어떤 저축 상품에 넣어 놓아야 하는 것일까?  


  만약 ‘당연히 이자율이 더 높은 연 이자율 3%의 정기 적금에 가입해야지.’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금융 문맹자임에 틀림없다.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대다수의 금융 문맹자들을 위해 이런 식으로 고객을 낚는다. 시중 정기예금 금리가 2% 수준이라는 뉴스를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던 당신은 은행 문 앞에 커다랗게 붙여 놓은 ‘정기적금 특판! 연 3%’라는 홍보 문구를 보고 마법에 홀리듯 은행 안으로 걸어 들어가게 될 것이다. 당신의 눈에는 예금이나 적금 따위의 문구는 전혀 보이지 않으며, 오로지 ‘연 3%’라는 숫자에만 현혹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담 창구에서 만난 은행 직원은 목돈은 적금이 아니라 예금에 넣어야 한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당신의 돈을 연 2%의 정기 예금에 가두어 줄 것이다.       


  같은 은행을 기준으로 정기적금은 일반적으로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은행의 입장에서 정기예금은 처음부터 비교적 금액이 큰 원금 전체에 대해 이자를 지급해 주어야 하지만 정기적금은 상품 자체의 특성이 푼돈을 목돈으로 만드는 상품인지라 이자율을 높게 책정하더라도 은행이 초기에 부담해야 하는 이자액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즉 1,200만 원을 연 이자율 10%의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했을 때, 만기 후 세전 이자는 120만 원이지만, 매월 100만 원을 연 이자율 10%로 1년 동안 납입하는 형태로 정기적금에 가입하게 되면, 만기 후 세전 이자는 정기예금의 절반 수준인 65만 원 정도가 된다. 또한 이자율이 더 높다 하더라도 그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정기적금의 경우, 첫 번째 달에는 100만 원에 대한 이자만 책정될 것이고, 두 번째 달에는 추가 납입한 100만 원과 합쳐진 200만 원에 대해서만 이자가 책정될 것이다. 결국 오롯이 1,200만 원에 대한 이자가 책정되는 달은 만기 직전의 마지막 달인 단 ‘한 달’ 뿐이다. 또한  ‘정기적금 금리 5%’ 같은 고금리 홍보 상품에 낚여 복잡한 계좌 개설을 하고 나면 ‘월 납입 한도액 10만 원’이나 ‘급여 이체나 보험 상품 가입과 같은 우대 조건 충족 시’ 등의 추가 조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예금과 적금은 재테크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다. 생산요소 투입량의 증대가 생산비 절약 또는 수익 향상의 이익과 비례한다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투자의 종잣돈이 되는 목돈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축 상품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한정적인 자본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는 것은 그만큼 멀어질 것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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