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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Feb 18. 2019

어렵게 벌거나, 쉽게 벌거나

  매월 15일 1층 커피숍에서 200만 원, 매월 22일엔 2층 미용실에서 100만 원, 매월 26일에는 3층과 4층의 치과 병원에서 200만 원을 나에게 가져다준다. 내가 했던 유일한 일이라고는 임대차 계약서에 서명을 한 일 밖에 없었는데도 말이다.      


  내가 처음 그 건물을 만났을 때, 녀석의 몸값은 10억 원 정도였다. 나는 내 노예 3억 원과 은행에서 지원받은 7억 원으로 녀석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은행이 7억 원을 대출해 주는 대가로 매월 300만 원을 지출해야 했지만 당시의 총 월 임대료 수익은 500만 원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총 3억 원의 투자로 월 200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니 그리 나쁘지 않은 장사였다.  


  하지만 녀석의 제대로 된 진가는 5년 후 발휘되었다. 거래하고 있던 은행의 지점장이 건물 담보 대출을 자기네 은행으로 옮겨주면 매월 300만 원씩 내던 대출 이자를 250만 원으로 줄여 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임대료 또한 매년 올라 총 500만 원이었던 임대 수익은 현재 총 800만 원이 되어 있었고, 이제는 3억 원의 투자로 총 550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출을 갈아타기 위해 진행한 감정평가를 통해 10억 원이었던 건물 가치가 지금은 그 두 배인 20억 원으로 올랐다는 것도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다.


  결국, 내 3억 명의 충실한 노예들은 지난 5년 동안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 월 200만 원을 벌어들이던 것을 월 550만 원으로, 또 건물 가치의 상승으로 3억 원이었던 노예들이 13억 원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상상하는 이 꿈같은 얘기는 흔하디 흔한 대한민국의 부동산 투자 성공 사례 중 하나다. 경제적 자유는 바로 이와 같은 투자 행위로부터 가능해진다.  앞서 설명했듯 월 500만 원의 수입을 위해 은행 정기 예금으로는 30억 원이 필요 하지만, 건물 부동산 투자로는 3억 원 이면 가능하다.  


  나 역시도 노예 생활 청산의 일등 공신으로 단연 부동산 투자를 꼽는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2억 2천만 원의 은행 담보 대출과 7천만 원의 신용 대출, 그리고 천만 원의 카드론을 더해 구매한 3억 원짜리 아파트가 지금은 6억 원이 넘는 자산이 되어 있다.   


  내 돈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대출로만 투자를 한 것이니, 산술적으로만 보면 0원의 투자로 3억 원을 만들어 낸 것이어서 최초 투자액 대비 투자 수익률은 계산조차 불가능하다.   


  그래도 굳이 계산을 해 보자면 매월 은행 이자로 100만 원 정도를 지출해 5년, 즉 60개월 동안 투입했으니, 결과적으로는 6,000만 원의 투자로 3억 원의 수익을 얻게 된 것이다. 3억 원은 앞에서 소개했던 매월 5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가져다주는 건물을 살 수도 있는 돈이라는 점에서 볼 때, 투자의 위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은 현금이 아닌 현물 자산이기에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5천 원 하던 짜장면이 만 원으로 올랐는데, 20억 원짜리 건물이 계속 20억 원 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투자의 위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저축은 물론 투자도 해야 하고, 현금성 자산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현물 자산 투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물가 상승으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뿐 아니라 디플레이션과 같이 물가 하락으로 인한 화폐 가치 상승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부동산과 같은 현물 자산은 수익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은행에 묵혀 놓은 현금성 예금이 효자 노릇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저축은 투자를 위한 준비 과정에 불과하며, 경제적 자유를 만들어내는 것, 즉 돈을 버는 무기는 투자다. 하지만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저축은 안전한 것이고 투자는 위험한 것이라는 잘못된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저축은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으며, 안전하고 안정적인 투자가 얼마든지 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땀 흘린 노동의 대가로 얻은 돈이 아닌 불로소득과도 같은 투자를 통해 쉽게 번 돈은 그만큼 쉽게 쓰게 된다.’는 말도 있다. 이 말은 적어도 두 가지의 관점에서 볼 때 옳은 이야기가 아니다. 


  먼저 ‘투자 수익은 불로소득이다.’라는 부분은 투자를 위한 자본금의 원천이 노동을 통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사실과 다르다. 투자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투자 자본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고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 투자 자본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월급쟁이든 자영업이든 관계없이 ‘노동’이 수반되어야 했을 것이다. 이때의 투자 수익은 ‘노동과 투자 리스크의 결합이 가져다준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쓰게 된다.’는 말도 어렵게 번 돈과 쉽게 번 돈에 이름표가 붙어있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반박이 가능하다. 또한 투자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전제를 하지 않은 오류이기도 하다. 우리는 갑작스러운 주가 상승으로 기대보다 훨씬 넘치는 수익을 얻은 사람이 그 돈을 하룻밤 술값으로 쉽게 날려 버리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엄밀히 따져 보자면 ‘돈을 쉽게 번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을 쉽게 쓴 것’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내가 ‘흥청망청’이라는 말이 그 어디보다도 잘 어울리는 살벌한 카지노판에서마저 값진 수익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비교적 손쉽게 얻어진 돈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나는 단 몇 시간 만에 수백만 원을 쉽게 벌어 본 적도 있고,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돈을 위해 하루 온종일 땀을 뻘뻘 흘려 본 적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두 가지 일이 벌어진 것이 ‘요즘과 예전’이 아닌 ‘하루 동안 동시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나는 쉽게 번 큰돈과 어렵게 번 작은 돈을 하나의 계좌에 넣었다. 


  내가 돈을 쓸 때마다 '이 돈은 그때 쉽게 번 그 돈이었지?'라고 생각하며 막 써댔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생각과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신용카드가 있으면 돈을 헤프게 쓰게 되니 체크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는 ‘족쇄를 차고 있지 않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노예나 할 소리다. 


  소비에 대한 태도, 저축에 관한 생각, 투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은 결국 자신 스스로의 선택과 의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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