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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Feb 25. 2019

위험천만 도박과도 같은

  세상의 부자들을 관찰해 보면, 돈 버는 방식들도 참 각양각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부자는 부동산 투자를 통해, 또 어떤 부자는 주식 투자를 통해, 또 어떤 부자는 사업을 통해 그들의 부를 일구어 냈다. 이는 돈은 무엇으로 버는가 보다 어떻게 버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했던 첫 번째 투자 대상은 ‘도박’이었다. 여기에서 ‘도박’은 ‘도박과도 같은’이라는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 도박’을 말한다. 


  나는 도박이 작은 자본으로도 큰 수익률 달성이 가능한 효율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생각했고 카지노 게임, 좀 더 정확하게는 ‘블랙잭 게임’을 깊이 있게 연구했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당시 ‘전업 겜블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고,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름의 비결도 얻게 되었다. 

  심지어 도박의 투자 대상으로서의 가치와 블랙잭 게임 전략을 다룬 <서바이벌 카지노>라는 제목의 책까지 출판했을 정도이니 그 열정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도박을 지금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채산성의 문제 때문이었다. 즉 내가 투여하는 시간과 노력, 투자 리스크와 비용에 비해 그 수익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고안한 블랙잭 게임의 주요 전략은 ‘안정적인 형태의 소규모 베팅’이 핵심이었다. 따라서 지루하기 그지없는 오랜 시간의 게임 끝에 만질 수 있는 수익은 그 한계가 너무나도 명확했다.   


   합법적 도박이 가능한 국내 강원랜드는 게임 환경이 너무나도 열악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였고, 상대적으로 게임 환경이 좋은 필리핀 같은 곳은 항공료와 숙박비 때문에 이른바 수지가 맞지 않았다. 또한 더 심각했던 문제는 도박이 순수한 투자 행위가 아닌 내 몸과 두뇌를 혹사시켜야 하는 노동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도박으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을 오락의 대상으로 보거나 운에 기댄 결과만을 바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투자를 ‘도박과도 같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을 도박으로 했기 때문이다. 


‘대형주는 등락폭이 작아서 재미가 없어.’라고 말하는 것은 주식 거래를 오락으로 여겼다는 뜻이며, ‘재수 없게 내가 사면 내리고, 내가 팔면 올라.’라고 말하는 것은 투자의 결과를 운에 맡기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주식에 투자했다는 후배에게 내가 물었다.     


  “그 종목 PER이 얼마 정도 되는데?”     


  후배는 PER 같은 것은 잘 모르겠지만, 믿을만한 친구에게 추천받은 고급 정보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답했다.     


  후배의 그 대답은 마치 아파트를 샀는데 어디에 위치하는지, 몇 평짜리인지, 몇 층인지, 방은 몇 개인지, 화장실은 몇 개인지, 수도와 전기는 잘 공급되고 있는지, 보일러는 개별난방인지 중앙난방인지, 베란다는 남향인지 북향인지, 주변에 지하철은 가까운지 등 집을 살 때 확인해 보아야 하는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조차 모르는 것과도 같은 것이었다.     


  만약 지금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데, 그 종목의 PER, PBR, PCR, PSR, ROE, ROA, 배당 성향, 최근 결산일의 매출 및 영업이익, 부채 비율 등 아주 기본적인 사항도 확인해 보지 않았거나, 심지어 그 용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면 그것은 주식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주식으로 도박을 하고 있는 것임이 틀림없다.


  ‘저축은 원금 보장, 투자는 원금 손실’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저축은 원금은 보장되지만 수익률이 낮고, 투자는 원금 손실의 위험은 있지만 수익률이 높다.’는 생각으로 까지 확장시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은 투자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을 도박처럼 생각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던 존 템플턴의 '영혼이 있는 투자'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아무런 실수도 저지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아마도 가장 큰 실수일 것이다.‘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은 적어도 재테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앞서 나가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적어도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해했다는 것이고, 투자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실수’를 하지 않을 가능성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되었다고 해서,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통해 ‘역시 저축이 제일이었어.’라는 말을 남기고 또다시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의 세계에 발을 딛고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는 ‘무지해서’ 일 가능성이 크다. 수영을 하려면 수영을 배워야 하고, 영어를 하려면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은 투자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고서도 성공하기를 바란다.      

  수영을 배우지 않고 물에 뛰어들면 물에 빠져 죽게 되는 것처럼 투자를 공부하지 않고 투자를 하게 되면 죽게 된다.     


  이 간단하고 명확한 원리를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은 왜 모르는 것일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투자가 공부를 해야 되는 것인지를 몰랐던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고 수 많은 실패를 거듭했었다.     


  그렇다면 투자를 공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이 세상에는 투자를 가르치는 사람들과 그 방법이 차고도 넘친다. 수많은 책과 강연들이 바로 그것이다. 나 역시 선배 투자자들의 조언이 가득 담긴 책을 통해 어떻게 돈이 돈을 벌게 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해답은 항상 거기에 그대로 있었지만, 내가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뿐이다.


  도박과 투자를 모두 경험했던 내가 내린 결론은 단 한 가지였다.


  ‘투자처럼 하는 도박’ 보다 더 위험한 것은 ‘도박처럼 하는 투자’, 즉 ‘투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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