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현 Mar 04. 2021

10원의 크기


와이프가 첫째 아들 녀석에게 동생을 데리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깎고 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만 원을 주면서 남은 돈은 하나에 2천 원 정도 하는 밥버거를 사먹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집 근처 작은 동네 미용실은 이발비가 6천 원이니 4천 원이 남습니다.


그런데 머리를 다 깎은 아이로부터 와이프에게로 이런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고 합니다.



엄마, 우리 밥버거 사먹는 대신 


그냥 돈으로 2천 원씩 


나누어 가지면 안될까요?



저는 이 얘기를 듣고 나서 아이들을 칭찬해 주었습니다.



'2천 원 짜리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사 먹으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현금 상태의 2천 원으로는 사거나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가르쳐 온 보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엊그제 '아이들에게 잔디 마당에 있는 자갈돌을 주워 오면 개당 1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글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boot/222259425225



결론적으로 아이들은 1인당 평균 4천 원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의 댓글 중에 이런 내용의 댓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돌 하나에 10원 이라면 


쳐다도 보지 않고, 


꿈쩍도 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저는 '돌 하나에 10원을 지급하다가는 벼락 거지가 될 수도 있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다른 누군가가 저에게 똑같은 조건을 제시했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돌을 주웠을 것 같습니다.



그날 아이들이 30분 정도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1인당 4천 원 정도의 돈을 벌었으니 어른의 시급으로 계산해도 그리 작은 액수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른도 아닌 아이가 '그리 대단치 않은 사소한 노동력으로 10원이라는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가벼히 여긴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갈돌 한 개를 줍는 것에  대한 대가 10원은 아주 작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10개, 100개, 1,000개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번 돈은 투자를 통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2천 원짜리 밥버거를 사 먹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2천 원을 벌려면 


돌을 200개나 주워야 하는데...




그래서 결론은...



아이에게 10원의 크기에 대해 제대로 알려 주고 싶다면...




아이에게 일을 시키세요.


그리고 그 대가에 대한 


가격을 알려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도화엔지니어링, 생활 속의 발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