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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소년 Mar 31. 2023

글쓰기, 내 마음의 사진입니다

내 마음, 내 생각을 찍어 보아요

  지금도 약간 그렇지만 예전부터 나는 사진 찍는 것을 기피했다. 셀카, 친구들끼리의 인증샷, 결혼식장에서의 단체 촬영 등등 사진을 찍는 모든 경우에서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잘난 인물도 아니고 어른들 표현으로 약간 ‘남사스럽기도’ 하고 그냥 쑥스럽기도 했다. 가끔은 워낙 외모가 뛰어나 무슨 포즈를 취해도 화보가 되는 사람들이나 카메라에 대고 화사하고도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부러움은 잠깐일 뿐 저건 저 사람들 성향이겠거니 하고 그냥 넘겨버렸다. 그런 일이 수십 수백번 반복되었고 그 사이 세월은 무심하게도 흘렀다. 그렇게 오직 육신으로 ‘실시간으로’ 세상을 마주하며 살았다. ‘녹화’라는 건 언감생심 생각도 하지 않았다(사진도 데면데면한데 동영상을 어찌…..).


저런 모습이 부러웠지만 내 인물과 스웩으로는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더랬다


그런데 세월이 좀 흐른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예전의 내 모습은 오직 기억 속에서만 존재할 뿐 구체적으로 어땠었는지를 전혀 볼 수가 없다. 물론 옛날 사진이 없다고 해서 살아가는 데 크게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어쨌거나 지금 별일없이 살고 있고 건강에 이상도 없고 그렇게 또 내일은 찾아올 것이다. 이대로 쭉 간다면 현실에서 ‘생존’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삶은 현실만으로는 채울 수 없다. 만만치 않은 현실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낭만이라는 연료가 꼭 필요하다. 그리고 낭만은 삶을 아름다운 의미로 채색한다. 낭만과 추억 덕분에 우리는 ‘실존’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소중한 기억을 시각화해서 남겨주는 사진과 동영상이 없다면 우리의 과거는 형태가 없는 관념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추억을 잃어버려도 불편하진 않다. 하지만 가슴 한 켠에 아쉬움과 아련한 서글픔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금전이나 노동의 댓가로 다시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는지라 안타까움은 더하다.








 거의 2년여만에 브런치(이제는 브런치 스토리!)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50여개가 넘는 글을 쓰다 뭔가 성에 차지 않아 ‘절필’했고 한 번 중단하니 다시 습관을 들이기가 어려웠고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러다 올 초 인스타그램에 길게(어디까지나 인스타그램 기준이다) 썼던 스포츠 직관기를 보니 그냥 한 번 브런치에도 올려보면 어떨까 싶었고 그냥 실행했다. 그리고 습관이란 역시 놀라운 것이어서 신기하게도 다시 브런치와 함께 하고 있다.


돌아오니 간판이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계속 있었던 듯한 친숙함이 있다. 무엇보다 ‘작가 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인터페이스가 아주 그만이다.


 물론 여전히 글쓰기는 쉽지 않다. 간단한 문장 아니 단어 하나 제대로 쓰기도 어렵고 표현하고자 했던 생각은 제멋대로 머리 속에서 날아다녀 붙잡을 수도 없다. 한참 쓰다 보면 처음에 하고자 했던 얘기는 간 데 없고 앞뒤 안 맞는 말들이 난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 건 잘한 일이다. 지금 당장 딱히 누가 봐주는 것도 아니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니며 작가 데뷔를 한 것도 아니지만, 그런 대가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이 가슴 속에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무형의 생각이 활자로 표현되고 어지럽던 머리 속이 차차 정리되는 그 기분은 글을 써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그런데 다시 글을 쓰며 글은 사진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꼈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사안에 대한 내 의견은 어떠한지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 무슨 느낌인지 등등 머릿속의 이야기를 눈에 보이게 기록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이다. 내 생각을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도록 구체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인물과 사물을 사진으로 찍는 것과 꼭 닮았다. 사진과 글로 인해 비로소 우리의 신체와 생각은 공개되고 번듯한 겉모습을 갖게 된다.


 물론 내가 쓴 모든 글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쓰고도 개운치 않은 글이 있고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지워버리고 싶은 글도 있다(당장 이전의 내 글을 보고 있자니 당장 이불킥하고 싶은 대목이 한 두 군데가 아니…). 예전 사진을 보고 ‘흑역사’라 하며 부끄러워하는 하는 경우가 있는데 글을 되돌아보며 접하는 ‘쪽팔림’ 역시 만만치 않다. 종이 노트면 찢어버릴 수나 있지만 인터넷과 SNS에 글들은 취소나 반품조차 안 된다. 그리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봤다(물론 사람의 기억력은 유한하고 망각은 빠르다. 남의 일이라면 더욱 그렇단 점에서 조금 위안은 된다).


절규해도 소용없다. 이미 일은 벌어졌는걸~~









 하지만 중요하고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그 모든 것이 우리 삶의 소중한 기록이라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서, 하나하나 쓰기가 귀찮아서, 굳이 이걸 써야 하나 싶어서 글쓰기를 망설일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듯 내 생각을 쓰고 남겨놓으면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살아가고 있는지를 좀더 생생히 보고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이야기거리도 만들어 주고 새로운 경험에 다가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예전 사진을 보고 친구들과 추억을 나누고 해외 사진을 보며 여행을 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품은 소망이 현실로 구현되면 인생이 바뀌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여러 말 할 것 있는가? 사진의 위엄에 압도되어 우리는 떠나고 지른다



 그리고 완성된 글을 읽으며 우리는 그 속에 구현된 또다른 나, 가상의 나를 만난다. 인간의 자아는 그 형태와 가짓수가 여러가지라는데 그 중 일부를 글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너무 지나치게 글에 몰입하면 자칫 ‘혼놀’의 달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아 성찰이라는 진지한 워딩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자신과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대화란 설레고도 꼭 필요한 것이다. 자신과 대화를 못하는 사람은 결국 타인과도 대화할 수 없고 점차 소외된다.


 사진이 많을수록 추억과 현실을 모두 느끼고 붙잡으며 생생히 살아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흩어져가는 생각들을 글자의 모습으로 붙들고 꾸며간다면 우리는 현실과 상상의 세상 모두에서 활기차게 살아갈 테고 그러다 보면 삶의 행복도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두 세상을 넘나들며 살고 싶어서, 내 자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서, 있는 그대로의 내 삶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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