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십자가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흔히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린다. 그만큼 이곳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하다. 떡갈나무라는 이름에서 따온 두브로브니크는 한국에서는 고현정의 커피광고로 유명해진 곳이다. 발칸반도 여행의 핵심이라 말할 정도로 아드리드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바다가 푸르게 빛나고, 중세의 성벽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모습은 이곳을 찾는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여행주에 나를 가장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든 것은 두브로브니크의 바다나 성벽이 아닌,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작은 십자가였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두브로브니크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 그곳은 일반 관광객들이 쉽게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울타리 사이로 운 좋게 그곳에 들릴 수 있었던 나는,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본 아드리아해의 풍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와 멀리 보이는 작은 섬들, 그리고 그 바다를 배경으로 평화롭게 자리 잡은 두브로브니크 시내의 모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 하지만, 나의 시선이 계속해서 머물게 했던 것은 그 절경 반대편에 있던 조그만 십자가였다. 돌들로 둘러싸인 한구석, 잘 보이지도 않는 위치에 세워진 이 십자가는 누군가 잠들어 있음만을 알려주고 있었다. 작은 묘지에 이름표 하나 없이 단출하게 세워진 십자가는 그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 십자가를 바라보며 잠시 묵상에 잠겼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 아드리아해를 내려다보며, 누군가는 이곳에 영원히 머물고 있었다. 그가 이곳에 마지막 안식을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가장 오래도록 바라보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을까? 아니면 단순히 이곳이 평화로운 안식처였기 때문일까?
사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그 풍경에 취해 잠시 모든 것을 잊고 그곳에 서고 싶어진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발길을 돌리고, 다음 목적지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 십자가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드리아해를 내려다보고, 두브로브니크의 변화를 지켜볼 뿐이다.
나의 사진 속에는 그 십자가와 함께 검푸른 코발트 빛의 아드리아해의 오후 풍경이 담겨있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나는 이 십자가의 주인공을 떠올리며 그의 마음을 느끼려 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아드리아해의 향기와 함께, 그 사람의 고요한 숨소리가 내게 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이곳에서 보게 된 것은 단순한 풍경 그 이상이었다.
두브로브니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여행지다. 하지만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그곳의 숨겨진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아드리아해의 푸른 물결, 고요하게 잠들어 있는 십자가, 그리고 그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멈췄던 나의 발걸음. 이 모든 것이 모여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아마도 두브로브니크는 다시 찾게 될 여행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이 십자가를 기억하며, 그가 지켜보고 있을 아드리아해의 풍경을 다시금 마음에 담을 것이다.
이 묘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를 ‘남은 자’라고 부르고 싶었다. 여행자가 떠난 자리에 남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계속 바라보고자 했던 사람. 그의 소망이 담긴 이 작은 묘지를 통해, 나는 그곳을 조금 더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