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신발장 정리했다. 신발장에 여섯 칸 정도가 신발로 차있다. 신는 신발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누군가 가져다 둔 것도 있다. 엄마 집은 버리기 전 묵혀두는 창고다. 모두(엄마, 나, 이모들)들 집에서 안 쓰는 게 있으면 엄마 집으로 가져간다. 거기에 두면 누군가 쓸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엄마 집은 산 앞에 있다. 여름에 자주 습해진다. 환기가 잘 안되면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현관문 열면 가끔 습한 냄새가 올라온다. 엄마는 아무래도 신발장 안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정리하고 싶어 했다. 같이 했다. 신발들 모두 꺼냈다. 신발장 칸에 소독수 뿌려서 닦아냈다. 신발을 정리했다. 지금 신지 않는 것, 낡은 것, 누구 건지 알 수 없는 것, 누군가 샀다 맞지 않는다고 가져온 것 버렸다. 남은 신발은 예닐곱 켤레 남짓. 모두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신발장이 두 칸이다. 한 칸은 신발이 들어있고, 다른 칸은 잡동사니들 있다. 쇼핑백, 각종 공구, 모기향, 에프킬라 등등. 정리하다 보니 구멍 난 우산도 있었다. 필요 없는 것, 사용하지 못하는 것 버렸다. 공구는 창고에 모아두는 곳에 가져다 정리했다. 신발장이 텅텅 비었다. 나는 아로마 스프레이도 가져다가 뿌렸다. 현관 바닥도 쭈구리고 앉아 걸레로 닦았다. 쌓여 있던 먼지들이 점점 없어지고, 깔끔해졌다.
내친김에 화장대도 정리했다. 결혼 전 화장대 알전구 로망 있었다. 당시 알전구 인테리어가 유행이기도 하고. 나는 전자식 LED 조명을 사다가 유리 주변에 한 줄로 붙였는데. 생각했던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한마디로 구렸다. 떼어내 보려 했지만 접착이 센지 떨어지지도 않았다. 잊고 있었다. 그러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스티커 제거제 사다가 뿌려봤는데도 떨어지지 않았다. 포기했다. 그게 생각난 거다. 화장대 앞으로 갔다. 내가 그때 쓰다만 스티커 제거제 아직도 있다. 이번에는 스프레이를 더 오래 눌러 흠뻑 뿌렸다. 그리고 긁어냈다. 꼼짝 않길래 몇 번 더 스프레이를 부리길 반복. 네 개를 떼어냈다. 잘 떨어지지 않아 손에 힘을 줬더니 손이 빨갛게 변해있었다. 손이 부으려고 하는 것 같아 두 개는 나중에 떼야겠다 싶어 그만뒀다. 화장대 위에도 정리했다. 빗에 뭉쳐있는 머리카락들 떼어냈다. 드라이 빗이라 그런지 머리카락이 많이 엉켜있다. 한 줌 뽑아낸 거 같다. 자세히 보지 않아서 머리카락이 그렇게 많이 있는 줄 몰랐다. 화장대 위 화장품 케이스도 닦았다. 케이스에 올려져 있던 물품 모두 꺼내고, 안에 있는 먼지부터 닦았다. 날짜 지난 것들 버리고, 비어있는 통도 버렸다. 위치도 다시 정리했다. 화장대 케이스 옆으로도 가득했던 물건들. 모두 정리했더니 케이스 위에 올라갈 양 정도만 남았다.
내가 이렇게 정리할 때 이모는 현관 테라스를 정리했다. 화분 여기저기 옮기고, 다시 담고. 엄마는 주방이랑 창고를 정리하고. 이렇게 정리하면서 모인 쓰레기가 백 리터 쓰레기봉투 한가득, 이십 리터 두 개 나왔다. 분리수거 봉투도 세 보따리 나왔으니 양이 많다.
집에 갈 준비했다. 가져왔던 옷, 짐들 챙겨서 카트에 넣었다. 남편 차 트렁크에 미리 실었다. 엄마가 싸준 반찬, 밭에서 딴 과일도 한가득 챙겼다. 엄마 집 올 때보다 짐이 더 늘어서 간다. 그래도 빨래는 다 해서 집에 가서 세탁할 일 없어 다행이다. 여행 갔다 오면 세탁물이 한가득인데. 하루 종일 세탁해야 한다. 엄마 집이니 수시로 세탁했다. 채니는 물놀이하느라 낮잠을 자지 않았다. 차에 타자마자 노래 몇 곡 듣더니 잠들었다.
집에 오는 길에 스타벅스 DT에 들렀다. SKT 커피 쿠폰 사용하려고. 스타벅스 앱에 들어가 보니 오후 두시부터 다섯시까지 프라프치노나 블렌드 할인 행사도 있었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프라프치노 한 잔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주문했다. DT 입구로 들어가서 주문한 음료를 받았다. 남편이랑 수다 떨었다. 내용은 잡다하게. 얼마 전 남편 친구가 결혼한다고 해서 식사 모임 간 얘기. 식사 장소 위층에 스크린 골프장이 있어서 가본 얘기. 어릴 때 감각은 어떻게 키우나 이런 얘기도 하고. 우리가 얼마나 좁은 생각을 하며 사는지. 우리가 경험한 것에서 밖에 생각할 수 없음을 이야기했다. 남편은 형 친구 이야기를 했다. 남편 형 친구 아내가 부자였다고. 예물로 시계를 받았는데, 어느 날 비를 맞아서 수리를 맡기러 갔다고. 수리공은 자기 수리 경력이 몇십 년(잘 기억 안 남) 만에 비 맞아 고장 나서 가져온 케이스는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남편은 이 말을 하면서 부자는 비를 맞는 환경에 가질 않는다며. 뭐 일리는 있다 싶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보니 집에 거의 다 왔다. 집 도착 오분 정도 전에 깬 채니. 물 마시고 싶다고 해서 챙겨줬다. 채니는 에너지 충전이 잘 됐는지 노래를 흥얼거렸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어디 갔냐며 묻기도 했다. 집에 도착했다.
도착할 때쯤 비가 와서 그런지 집이 못 참을 정도로 덥지는 않았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켰다. 나는 짐을 풀어서 정리하고, 남편도 집을 정리했다. 며칠 문을 열어놔서 그런지 걸을 때 가슬 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남편은 식탁을 닦더니 먼지가 많은지 시커멓다며 닦은 티슈를 보여줬다. 나도 바닥을 걸레질했다. 남편은 청소기도 돌리고.
집 육일 정도 비웠다. 가기 전에 청소하고 정리해놔서 해야 할 일이 많지는 않다. 없는 건 아니지만. 나는 택배 상자 온 것 뜯어서 정리했다. 채니는 타요 버스와 중장비를 가지고 놀면서 노래를 불렀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이 부분을 반복했다. 무슨 노랜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차에서 들을 때 들어본 것 같다
채니의 노래를 듣다 생각했다. 어릴 때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오늘 신발장, 화장대를 비우고 정리했다. 바뀐 공간을 보니, 쾌적하기도 하고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채니의 노랫말을 곱씹다 보니 이런 마음이 들었다. 공간을 청소한 것처럼 내 마음도 잘 돌아봐야겠다고. 할 수 없는 생각이 켜켜이 쌓여 묵은 때가 되어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어쩌면 먼지에 가려져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