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이상한 사람 많은 곳 아닌가요?

by 서한나

"동호회 그런 거 이상한 사람 많은 곳 아니에요?"

사진동호회를 가자고 말한 A에게 내가 처음 한 말이다. 2013년에 회사를 이직했다. 옆자리에 앉은 동료 A는 울산 사람이다. 지방에서 경기도로 올라와 첫 직장 생활을 했다. 활달한 성향이다. 친구,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타지 살이가 심심했던 것 같다. 회사에 있는 시간은 괜찮지만, 주말이 문제였던 거 같다. 수도권에 올라와 있는 친구들이 많지는 않으니까. 여기저기 동호회 활동을 많이 하다가 PCP라는 사진 동호회를 나간다고 했다.


내 말이 너무 단호했는지, A는 목소리를 높여가며 말했다. "쌤. 진짜 여기는 사람이 좋아요. 내가 가본 곳 중에 가장 건전하고요." A는 자기의 동호회 역사를 읊었다. 어느 동호회들을 가봤고, 어땠는지. PCP는 사람들이 좋고, 건전한 모임이라고.


마침 그때 나도 카메라를 산지 얼마 안 됐고,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A 따라 몇 번 정모도 가고 참여했다. A의 말마따나 PCP 사진동호회는 정말 달랐다. 사람들이 좋았다. 사진 찍는 것에 관심이 있고, 친절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 이후 누군가 나에게 동호회 활동 그런 걸 왜 하냐고 물을 때, 생각했다. 그때 A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A는 울산으로 내려갔고, 나도 이직도 하고 이래저래 활동은 멈췄다. 그 이후에 코로나가 왔다. 나는 그때 결혼도 하면서 가정생활에 집중했다




동호회 주인장은 나랑 동갑. 우리 또래가 가장 많이 활동하기도 했다. 간간이 소식만 주고받았다. 그러다 얼마 전 글쓰기 클래스를 원 데이로 진행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이기도 하니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


장마로 인해 한차례 연기됐다. 그리고 다시 잡은 날짜가 9일 토요일이었다. 나까지 세명이 신도림에 있는 스터디룸에서 모였다. 네 명이 정원이다. 적절한 인원이었다.


내가 예약할 때는 앞뒤로 예약이 없었다. 어제 안내 문자 받고서 네이버 예약 창에 들어가서 봤다. 앞뒤 예약이 있는지. 앞 타임 예약이 없으면 십분 정도 전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럼 클래스 세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수강생이 와있는 상태에서 내가 세팅하고 있는 것을 보이는 것 좋아 보이지는 않을 것 같아서. 앞뒤로 모두 예약이 있었다.


앞 타임 사람들이 나가면 바로 세팅할 수 있게 오 분 전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문에 있는 팻말에는 사용 중이라고 되어 있다. 문 안쪽에서 소리도 들린다. 시간에 맞춰 나오겠거니 하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 사이 두시가 되었다. 사람들은 나오지 않았다. 안에서 계속 대화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해야 하나 살짝 고민하다 두 시부터는 내가 돈을 지불한 거니 문을 열어도 될 것 같았다. 번호 키를 눌렀다. 문을 열고 그 앞에 섰다. 여자 세명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외국인. 외국인은 영문을 모르는 거 같았다. 다른 한 명은 날 보더니 뭐냐고 나가야 하는 거냐고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허둥지둥 다가왔다. 죄송하다고 했다. 자기들이 늦게 왔다며. 나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죄송하다고 하는데 뭐 어쩔 도리도 없고. 클래스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데,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사오 분쯤 되니까 정리하고 그들이 나갔다.


다행인 건 우리 쪽에서 나만 왔다는 것. 한 명은 좀 늦는다고 했다. 다른 한 명은 별말 없었으나 다른 한 사람이 늦는 걸 알아서인지 좀 여유 있게 오려는 듯했다. 한 바퀴 둘러봤다. 사진에서 본 그대로다. 공간 한가운데 테이블이 있고, 좌우에 의자가 네 개씩 있다. 테이블 앞에는 TV가 있다. 한쪽 벽에는 거울이, 다른 쪽 벽에는 칠판이 놓여있었다.


TV를 써야 해서 리모컨을 눌렀다. HDMI 선이 꽂혀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순간 몸이 굳었다. 따로 챙겨오지 않았는데. 분명히 설명에서 본 것 같았는데. 핸드폰 열어서 안내문 온 것 봤다. 서랍장 안에 들어있다고 되어 있어 입구 쪽 서랍장으로 갔다.

서랍장 위에는 커피바가 설치되어 있다. 한 잔에 천 원씩 셀프 계산이다. 그 아래 서랍을 보니 물건이 무엇이 들었는지 쓰여있다. 서랍을 열었더니 없었다. 서랍 아래 문을 열고 고개를 숙여봤더니, 바구니 안에 선이 두 개 들어있었다. 옅은 한숨이 나왔다. HDMI 선을 꺼냈다. TV에 가서 보니 HDMI 포트가 세개다. 시계를 확인했다. 카카오톡 채팅방도 봤다. 아직 둘 다 도착하지 않은 것 같다. 스스로 말했다. 침착해라고. 어디에 꽂아야 할지 몰라서 우선 일 번에 꽂았다. 바로 연결되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리모컨 이것저것 누르다가 화면에 HDMI2라고 표시가 되길래 이번으로 옮겨 꽂았다.


노트북이 화면에서 보였다. 준비해 간 노래를 켜고, 피피티 화면을 띄웠다. 미니배너도 챙겼었다. 테이블 위에 화병이 있어 그 옆에 뒀다. 클래스 책자 만들었던 것도 자리에 놓아뒀다. 세팅이 됐길래 사진 한번 찍었다. 그러고 났더니 십분쯤 됐다. 깊은숨이 몰아 나왔다. 정수기는 문밖으로 나가야 한다. 복도 끝에 있다. 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집에서 물을 가져갔다.


준비해 간 커피 한 포를 탔다. 마시고 있는데 B가 왔다. 처음 보는 사람이다. B가 먼저 내게 인사를 했다. 나도 인사하고 서로 앉아 통성명했다. B는 간식을 챙겨왔다며 가방에서 음료수 네 개, 초코과자, 후레쉬파이를 꺼냈다. 같이 이런저런 얘기 했다. 다 같이 있을 때 자기소개하려고 했지만, 나와 B는 모두 C를 알고 있으니 우리 둘이 어색함을 빨리 없애는 게 중요할 것 같았다. 어떻게 왔는지, 어디서 왔는지 얘기하다 보니 C가 왔다. B가 가져온 간식 같이 먹으며 클래스를 시작했다.




주제는 여행 에세이 쓰기. 글쓰기의 기본, 여행 에세이 쓰는 법, 장면을 포착하는 법 등에 대해서 설명했다. 여행 에세이니 여행이야기 빼놓을 수 없다. 다들 여행을 많이 가본 터라 경험들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쓰고 싶은 여행 장면을 설명하면,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메모했다. 메모한 것들 보면서 주제를 어떻게 잡으면 좋을지 어떤 이야기를 담으면 좋은지 등을 이야기해 줬다. 내용을 토대로 실습도 해봤다. 직접 적어보면서 핵심 메시지를 뽑아봤다. 같이 이야기 나누며, 핵심 메시지도 구체화하는 작업도 보여주고. 내가 글 쓸 때 메모하는 것도 시연을 보였다. 예약한 두 시간이 다 되어가서 마무리를 지었다. 참여 후기를 삼분 정도 이야기했다. 실을 정리하고 나왔다. 근처 카페로 갔다.


C는 동호회 주인장이다. 동호회 활동이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단체 활동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네이버 카페가 많이 죽기도 하고. 코로나도 그렇고, 여러 이유들로 활동이 예전 같지 않은 침체기라고 했다. 그래서 이런 클래스를 열어서 사람들 참여를 높여보려고 다양하게 시도 중이라고 했다.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화가 바뀌어 가는 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단체 활동들을 선호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들. 코로나 이후로 달라진 일상들 등.


우리도 못 만난 지가 꽤 됐기 때문에 근황 토크도 했다. 요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나는 왜 직업을 바꾸게 됐는지. C는 요즘 하고 있는 일을, 그리고 코로나 때 버티게 해줬던 일 이야기했다. B는 취준생이라서 요새 공부하는 것들,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이야기하고. 이런저런 사는 얘기들을 했다. 한 시간가량 수다를 떨다가 헤어졌다.




여행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있다. 갑자기 계획이 변경된다거나, 날씨가 예상과 다르거나.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인해 간 곳, 만난 사람이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된다. 비단 여행만 그렇지는 않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늘 묘미는 있기 마련이다. 생각지도 않게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나. 코로나 때 잠깐 하려고 했던 일이, 지금까지도 힘이 되어주고 있어 계속하게 되는 것도. 아직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해서 기다리고 있는 그 순간들. 십여 년 전 이상한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던 동호회에서 만난 게 인연이 되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묘미를 맛보고 있는 중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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