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아홉시까지 늦잠 잤다. 평소 같으면 네시 반에서 다섯시 반 정도 사이에 일어난다. 아침에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혼자 시간 보낸다. 눈이 떠지질 않았다. 몸도 무겁고, 더 누워만 있고 싶었다. 일요일이니까 그래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쯤은 그래도 괜찮다고. 마침 채니도 깨지 않아 늑장 부릴 수 있었다.
어젯밤 엄마 집으로 왔다. 원 데이 클래스 마치고 집에 갔다. 채니가 장수풍뎅이를 계속 말해서 저녁에 짐을 쌌다. 한 시간이 걸려 엄마 집에 도착했다. 현관 앞에 장수풍뎅이가 있었다. 채니는 보자마자 장수풍뎅이를 손을로 덥석 잡았다. 십오 센티미터 정도는 되는 거 같았다. 여태껏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컸다. 채니는 한참을 가지고 놀고, 관찰하다가 잠들었다.
눈 뜨자마자 채니는 장수풍뎅이를 찾았다. 어젯밤 자기 전에 테라스에 놔뒀었다. 나랑 손을 잡고 테라스로 나가봤다. 장수풍뎅이가 뒤집혀있었다. 죽은 것이다. 채니는 왜 움직이지 않느냐고 물었고, 나는 죽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채니는 어제부터 장수풍뎅이 덕에 들떠있었다. 친정에 오기 전에도 집에서 장수풍뎅이 책을 보면서 어떻게 나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을 먹는지 등을 한참 보면서 이야기했다. 책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노래도 있어서 들을 수 있다. 노래도 듣고 따라 부르길 반복했었다. 채니가 너무 괴롭혀서 죽은 건가 싶었다. 찾아보니 장수풍뎅이를 키울 수도 있어서 통이랑 먹이를 사러 가려 했는데 죽어버렸다.
교회 갈 시간에 맞춰 준비를 하려는데 채니는 티브이를 보는데 더 관심이 있었다. 집에 티브이가 없다. 할머니네 오면 티브이를 볼 수 있어 좋아한다. 뽀요티비를 봐도 되냐고 몇 차례 물었다. 하나만 본다고 하더니 거의 한 시간을 봤다. 그만 보자고 했더니 울면서 소리도 지르고 소파에서 누워서 뒹굴며 보챘다. 달래서 채니를 씻겼다. 가방을 싸려는데 오줌 냄새가 나서 보니 강아지가 오줌을 쌌다. 가방 옆에 쌌는데 천 가방이라서 오줌이 흡수된 거 같았다. 가방에 있던 내용물들을 꺼내고 가방을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교회 가기 전까지 세탁이 될 것 같았다. 갈 준비를 이어했다. 씻고, 옷 입고, 짐 쌌다. 세탁이 안됐다. 하나만 넣은 채여서인지 시간이 멈춰서 줄어들지 않았다. 가끔 그런다. 수평이 안 맞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 그럴 때 일시 정지 눌렀다가 다시 작동하면 되는 경우 있어 그렇게 해봤다. 별 소용이 없다. 그냥 내비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열시 이십분에 집에서 나서려고 했는데, 열한시가 되어서 집에서 나섰다. 늦었다. 갈까 말까 고민됐다. 늦었으니까 가지 말까 싶었지만, 나 말곤 또 다 갈 마음인 듯 보였다. 열두시 이십분쯤 교회에 도착했다.
예배 마치고 교회에서 밥 먹었다. 점심 준다. 국, 김치, 김이 식단이다. 국이 매주 바뀐다. 사람이 많으니 반찬을 여러 개 만들기 어렵다. 가끔 특식으로 반찬이나 다과가 나올 때도 있다. 오늘은 우리 모임이 식사 당번이다. 남편이 채니를 돌보고, 나는 식사 당번하러 갔다.
주방에 들어갔다. 신발을 갈아 신을까 하다 샌들이라서 양말을 안 신어서 장화는 신지 않았다. 냉장고 한쪽에 걸려있는 앞치마를 맸다. 고무장갑을 끼고 싱크대 앞에 섰다. 싱크대는 두 칸이고 그 옆에 식기세척기 있다. 식당용이라 속도가 빠르다. 애벌 설거지해서 식기세척기 바구니에 담았다. 담은 바구니 식기세척기 안으로 밀어 넣고 뚜껑을 닫는다. 일정 시간 동안 세척이 진행된다. 완료되면 삐 소리가 난다. 소리를 듣고 세척기를 열어 바구니를 꺼냈다. 바구니를 꺼내서 작업대 위에 올려둔다. 여기까지가 내 담당. 작업대 위에 올려진 바구니에서 식기를 정리하는 담당은 다른 사람이 했다. 각자 자기 맡은 일 한다. 휴가철이기도 해서 사람이 평소보다 적었다. 저번에 당번할 때보다는 일찍 끝난듯했다. 한 한 시간 반가량 했나. 설거지가 끝났다. 마무리하고 난 후 앞치마를 벗었다. 깨끗해진 식기들이 가지런히 놓인 건조대를 보니 편안했다. 일층 카페로 가서 차 한잔하면서 모임장이 싸온 멜론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집에 와서 책 읽고, 블로그 포스팅했다. 아침에 했어야 하는 루틴 못했기 때문이다. 마침 교회 오는 길 채니가 잠들었다. 집 청소도 하고 정리도 해야 했다. 집안일을 할까 하다 생각해 보니 그건 채니가 깨어있어도 할 수 있다. 채니가 깨면 책 읽기는 집중이 어렵고, 포스팅은 아예 할 수 없다. 내 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다 보니 채니가 깼다. 책 읽고 있던 중이었다. 읽던 페이지를 접어두고 채니에게 갔다. 채니는 잠이 부족해서인지 칭얼댔다. 옆에 같이 누워 토닥였더니 다시 잠이 들었다. 이어서 책을 봤다.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다. 시간은 밤 아홉시 반. 예전에는 평일 오전에 했다. 그때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이 바뀌게 되었는데. 바뀐 시간이 내 생활패턴과 잘 맞지 않는다. 시간 기다리다가 잠든 적 여러 번. 채니가 내가 잠을 자야 자니 밤에 무언가를 하는 게 꺼려진다. 내가 수업을 듣거나 하는 경우 밤에 하면 열한시쯤 끝난다. 그때까지 채니는 안 자고 나를 기다린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채니는 내 뒤에서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다.
아무튼, 독서모임은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야 할 일들 체크리스트에 적어 둔 것 보면서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에게 의미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채니는 지금 장수풍뎅이에 빠져있다. 가장 의미 있고, 관심사이고, 궁금한 것이다. 나는 오늘 늦장을 부려도 된다는 것에 집중했다. 그 덕에 아침을 느긋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틈틈이 하려고 했다. 의미 있는 것은 늘 변한다. 예전에는 관심사였어도, 지금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주어진 상황에서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을 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모든 것을 다 완벽히 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