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알고 있다

by 서한나

옷을 입고 준비하는 나갈 동안, 채니는 나를 따라다녔다. 뭐 하는거냐고. 옷은 왜 입냐, 가방은 왜 매냐 이런걸 따라다니며 질문 했다. 나는 대답했다. 엄마 운동하러 가려고 준비하는거야. 내 대답이 시원치 않았는지, 이제는 남편에게 가서 달라붙었다. 엄마는 어디가냐면서 계속 묻는다. 남편은 몸을 숙여 채니와 눈을 맞췄다. 엄마는 지금 운동하러 가려고 하는거야라고 말해줬다. 그 사이 나는 옷도 입었고, 가방도 멧다. 요가하며 마시려고 물병에 커피를 담았다. 어디선가 들었다. 운동하기 전에 커피를 마시면 좋다고. 지방을 태우는데 도움된다고. 현관 앞으로 갔다. 장화를 신고, 우산을 들었다. 채니는 나에게 와서 잘가라면서 손을 흔들었다. 나는 채니와 남편에게 인사하고 현관문을 닫았다.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채니 소리가 문밖으로 새어나온다.

준비할 때는 비가 내려서 우산을 챙겼다. 현관에서 보니 비가 그쳤다. 다행이다. 하루종일 비가 쏟아졌다. 많이 올 때는 눈 앞이 안보일 정도로 왔다. 요가는 맨발로 하는데, 젖어서 가는게 왠지 싫었다.


집에서 십분도 걸리지 않는다. 조금 걷다보니 요가원에 도착했다. 요가원 들어가는 문 앞에 8월 오픈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있다. 수강료도 10%할인한다고. 나도 할인된 가격에 등록했다. 계단을 올라갔다. 요가원은 이층. 건물은 이층이고, 이층은 요가원 뿐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요가원 신발장이 보였다. 신발장에는 우산이 두개 걸려있었다. 나도 그 옆에 우산을 따라 걸었다. 신발을 벗으며, 요가원 문을 열었다. 요가원 문은 유리로 되어 있다. 안이 들여다보인다. 주황색 조명이 켜있고, 요가 매트가 깔려있다. 누군가 한명 서있다. 강사겠거니 싶었다. 오늘 첫 수업이라 강사 얼굴은 모른다. 상담을 할때는 원장이 했다. 들어가서 가방을 내려뒀다. 매트 사물함 한쪽에 뒀다. 가방에 있던 물통과 수건을 꺼냈다. 요가룸으로 들어갔다. 인사를 했다. 두명이 이미 와있었다. 매트는 한줄에 네개씩 여덟개가 깔려있었다. 미리 와있던 두명은 두번째줄에 벽쪽에 같이 앉아있었다. 한명은 50대 중년 같았고, 다른 한명은 20~30대 정도 되보였다. 나는 어디에 앉을까 하다가 앞줄 제일 왼쪽에 앉았다. 내가 자리를 잡고 앉자 강사는 나에게 말했다. 한나님이냐고. 나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제는 힐링요가다. 시간마다 요가 주제가 다르다. 빈야사, 아쉬탕가, 하타, 하타플로우, C요가 등. 내가 운동을 안한지 오래됐다니 원장은 힐링요가를 먼저하는게 좋다고 추천했다.


커피 한 모금 마셨다. 수업이 시작됐다. 강사의 말에 따라 아빠다리를 하고 앉았다. 양 팔을 편안하게 내려뒀다. 눈을 감았다. 숨을 깊게 들이 쉬었다가 내 쉬었다를 반복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요가 음악도 오랜만에 들어본다. 어깨를 편안하게 내려보라고 했다. 어깨가 잘 내려가지 않았다.


처음 요가할 때 생각이 났다. 어깨를 편안히, 몸을 편안히 이런 말들을 자주 하는데 도통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요가라는 운동자체도 처음하다보니 강사가 말을 하면 무슨 동작을 취하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 못했다. 옆사람을, 강사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따라하기도 바빴다. 그렇게 삼개월 매일 요가를 했다. 그제야 동작도 조금 따라할 수 있게 됐다. 강사가 하는 말도 이해가 되고. 익숙하지 않아 불편했던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됐다. 몸도 편안해지고, 동작도 잘 됐다.


요가를 그만둔지 칠팔년 된것 같다. 코로나, 임신, 출산 등으로 운동을 멈췄다. 다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건 통증 때문이다. 채니를 안고, 팔배개를 하고 몸을 자주 쓰니까 통증이 시작됐다. 도수치료나 물리치료는 일시적이다. 그렇다고 혼자 운동을 하려니 잘 되지 않았다. 운동습관이 완전히 사라져서인것 같다. 마음 먹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이 나도 다른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니 운동은 선택하지는 않았다.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임신했을 때 잠깐 필라테스했다.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배가 나오니 허리 통증이 심해져서 시작하긴 했지만. 필요에 의해서지 즐겁지는 않았다. 요즘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엇을 할지 생각해봤다. 헬스, 피티, 필라테스 떠올려봤으나 당기지 않았다. 얼마전 도수치료 받다가 도수치료사가 요가를 한다고 했다. 예전 운동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요가학원을 다시 등록하게 된 계기다.


하지 않은지 오래됐지만, 수업이 시작되자 강사가 하는 말들이 이해는 갔다. 말하는 대로 자세를 취해봤다. 이제는 이해가 문제가 아니였다. 내 몸이 문제였다. 어깨는 잘 돌아가지 않았다. 강사는 오른쪽 팔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고 했다. 내가 자세를 하면서도 느껴졌다. 몸이 삐그덕거린다는 것을. 고개를 돌리다가도 멈춰야 했다. 통증 때문에. 다리가 당기기도 하고, 움직임이 뻣뻣했다. 자세가 잘 되지 않을 때마다 강사는 말했다. 호흡을 더 깊게 하라고. 무리하지 말라고. 할 수있는 선에서 멈추고, 집중하라고.

음악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줬다. 자세에 집중하기 좋았다. 몸 전체에 온기가 돌았다. 땀을 흘리지는 않았다. 공간이 쾌적해서 인것 같다. 머리가 맑아졌다. 점점 강사가 말하는대로 자세를 취하는게 편해졌다. 집중해서 운동을 하다보니, 오랜만에 나에게 몰입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것도, 아로마테라피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공간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돌봐야 할 필요 없이, 무언가를 해야할 필요 없이 혼자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았다. 집에 혼자 있는 일 많다. 혼자 집에서 청소하고, 살림한다. 일도 집에서 한다. 글쓰기수업을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아이도 집에서 돌보고. 모든 것을 집에서 해결하고 있다보니 혼자여도 혼자가 아닌게 된거다.

한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동작을 따라했더니 팔다리 근육이 당겼다. 가장 좋아하는 자세를 취하는 마지막 타임. 사바사나 자세를 했다. 사바사나 자세는 편안하게 눕는 거다. 강사는 조명을 바꿔서 어둡게 했다. 각자 매트위에 편안하게 누으라고 했다. 누워있으니 아로마 향이 퍼졌다. 숲향 같은 느낌. 코 속 가득히 아로마 향이 들어왔다. 머릿속 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강사는 수강생 한명씩 아로마 오일을 뒷목, 귓볼 등에 발라주고 가볍게 마사지를 해줬다. 또 다른 아로마 향이 났다. 숨을 깊게 쉬었다가 뱉었다를 반복했다. 아로마 향이 몸에 가득 퍼지는 기분이다. 에너지가 다시 차오르는 것 같았다.




오늘 오랜만에 요가를 하면서 생각했다. 나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니었다는 것을. 얼마전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너를 위해 뭘하니라고. 전 글도 쓰고, 아로마테라피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요라고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나를 위해 한다고 생각할뿐, 제대로된 나를 위한 시간은 보내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정말하고 있는것인지, 하는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인지. 삐그덕거리던 몸과 굳은 어깨는 말하고 있었다. 스스로 더 잘 돌봐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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