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조용해야 할 때, 내 안은 가장 시끄럽다

by 서한나

등에 땀이 주르륵 흐른다. 임신 전에는 땀을 잘 흘리는 체질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땀이 줄줄 나는지 모르겠다. 청소를 하고 나서 샤워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갈 거라 에어컨은 켜지 않았다. 채니가 없으니 모든 창문을 열었다. 채니 있을 때는 창문 열지 않는다.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거실과 베란다 창을 모두 여니 맞바람이 분다. 제법 시원하다. 이마에도, 콧등에도 땀이 맺혔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손바닥에 묻은 땀을 옷에 닦았다. 세탁할 거니까. 청소기를 돌렸다. 우웅 소리와 함께 먼지를 빨아드린다. 버튼을 눌러서 흡입량을 최대로 했다. 머리카락이 빨려 들어간다. 롤에 말려들어가는 먼지를 보는 게 좋다. 먼지통에 쌓인 먼지를 보며 생각한다. 먼지는 어디서 이렇게 매일 나오는 건지. 청소기를 다 돌리고 난 후, 충전 거치대에 꽂았다.

걸에 포를 한 장 꺼냈다. 한 장씩 비닐에 포장되어 있다. 뜯어서 걸레대에 끼웠다. 아로마 스프레이를 걸에 포에 뿌렸다. 이렇게 해서 걸레질을 하면, 향이 난다. 더 깔끔하게 닦이는 듯한 기분도 들고. 내가 좋아하는 숲 향 스프레이. 청소할 때 한 번씩 뿌린다. 바닥을 구석구석 닦았다. 침대 밑을 닦을 때는 엎드려서 허리를 숙였다. 걸레대 침대 밑으로 끝까지 밀어 넣었다. 이리저리 걸레대를 밀어 침대 밖으로 먼지가 나오게 했다. 나온 먼지들을 모아서 뭉쳐 쥐었다. 침대 밑은 청소기가 닿지 않는다. 가끔 걸레로 밀어주고 있다. 먼지가 뽀얗다. 요즘 창문을 많이 열어서 인지 더 먼지가 많다고 느껴졌다. 이걸 마신다고 생각하니, 인상이 찌푸려졌다. 먼지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청소를 매일 하는 편이다. 물건이 제 자리에 있을 때 주는 안정감이 있다.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단정한 집에 대한 로망도 있다. 자주 물건을 정리하기도 한다. 남편과 둘이 살 때는 정리가 그래도 됐다고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있으니, 정리를 해둬도 금세 어질러진다. 책을 다 갖다 던진다거나, 장난감 바구니를 한 번에 쏟아버린다거나 하는 일이 다반사. 오늘도 채니가 어질러놓은 장난감을 주워 담았다. 담고 나서 한쪽에 가지런히 놓인 장난감 바구니를 보니 나도 몰래 웃음이 났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두 번째 요가 시간. 아침에 요가를 가려고 했는데, 첫 시간도 두 번째 시간도 저녁 타임이 됐다. 낮에 일정이 있었다. 채니는 요즘 나에게 꼭 붙어 있으려 한다. 내가 공부방에 가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줌을 하거나 할 때. 내 옆에 혹은 내 무릎에 앉겠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일하거나 공부하는 거라 같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채니는 내 허벅지를 붙잡고서 안돼 나도 같이 할 거야라고 말한다.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가끔은 바닥에 드러누워서 운다. 난감해진다. 하던 일을 멈추게 된다.

요가학원을 가야 해서 나가려는 순간. 귀신같이 알아챈 채니는 엄마 어디 가냐면서 나도 따라갈 거라고 내 허벅지를 붙잡았다. 나는 엄마 운동하러 가니까 아빠랑 같이 있으라고 말했다. 채니는 들리지 않나 보다. 아니라고 말하며 더 세게 내 허벅지를 잡고 걸어가지 못하게 나를 막았다. 남편은 옆에서 보다가 나와 채니에게 다가왔다. 채니를 달래며 안았다. 남편은 먹을 것으로 채니를 유인했다. 잠시 신경이 쏠린 틈을 타서 나는 집을 나왔다. 요가원을 걸어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는 채니가 마음에 걸린다. 이렇게 하면서 운동을 해야 하는 걸까.

요가원에 도착했다. 첫 수업은 나까지 세명이 들었다. 오늘 수업은 신청자가 열 명이었다. 열 명이 정원인데 모두 찼다. 앱으로 보면 신청 인원을 알 수 있다. 십오 분 전부터 입실이 가능하다. 십 분 전 입실했다. 벌써 여섯 명 정도가 있었다.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았다. 다리를 앞으로 뻗어 스트레칭을 했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각자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옆 사람과 수다 떠느라 요가원 안은 소란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빠 다리를 하고 앉았다. 눈을 감았다. 호흡에 집중해 보려고 했다. 잡생각이 들었다. 집에 두고 온 채니. 남편은 힘들지 않을지. 누군가 나에게 했던 말. 읽었던 책 내용.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못했던 일도 떠올랐다. 오히려 소란스러운 건 내 마음이었다.

여덟시가 되자 원장은 수업을 시작했다. 가볍게 스트레칭부터 시작했다. 지금 자세히 써보려고 하는데 사실 무슨 자세를 했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원장은 자세를 보여주며, 내레이션을 했다. 조금 더 자세를 잡는 게 가능하면 더 어려운 자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어떤 자세는 쉬운 자세만 가능했다. 다른 자세는 어려운 자세도 할 수 있었다. 오늘 타이틀은 힐링요가인데, 자세는 힐링이 아니었다. 강사가 말하는 자세들을 취할 때마다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고, 팔이 저리기도 했다. 몸이 굳어있다는 뜻이었다. 자세가 취해지지 않을 때마다 호흡을 했다. 그러면 강사가 말하는 자세와 더 근접해질 수 있었다. 쟁기 자세하다가 팔이 저렸다. 쥐가 난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 난이도 있게 진행하려다가 갑자기 멈췄다. 깍지를 끼고 있던 팔을 풀었다. 저린듯한 증상이 나아졌다. 조금 괜찮길래 다시 시도했다.

첫 요가를 마치고 집에서 틈틈이 스트레칭이라도 해볼까 했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요가 동작을 취하다가 갑자기 떠올랐다. 나의 나태함을 직면했다. 청소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매일 하지만, 운동은 안 했다는 것을. 또 하지 않고 있는 것을 생각해 봤다. 생터 성경읽기다. 읽지 않은지 몇 주 된 거 같다. 중요도는 높은데 하지 않고 있는 일들. 나는 나와의 싸움에서 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요가 가면서 노트북을 챙겨 나왔다. 남편에게 양해도 구하고. 집에서 글을 쓰면 좋긴 하다. 익숙하고 편한 장소이니까. 하지만 채니의 방해(?)를 받는다. 집중하면 한 시간 내에 쓸 수 있는 것을 두 시간이 걸려도 못할 때 있다. 집중해서 쓰고 싶었다. 남편은 어디에 가서 할 거냐고 물었다. 나는 집 앞 무인카페가 제격이라고 그곳에 갈 거라고 했다.

카페에 도착했다. 자리를 먼저 잡았다. 두 명이 카페에 있었다. 각자 떨어진 곳에 앉았다. 나도 그들과 떨어진 곳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노트북을 놨다. 커피 기계로 갔다. 셀프로 주문하고 계산해야 한다. 기계 액정을 봤다. 커피, 넌 커피, 간식류 이렇게 있다. 넌 커피를 눌렀다. 우유가 보이길래 선택했다. 저녁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프기도 했다. 요가할 때 밥을 먹으면 운동하면서 불편하다. 그래서 먹지 않았다. 주문하기를 누르자 기계에서 컵이 나왔다. 컵을 집어 들고 옆에 있는 기계로 옮겨갔다. 컵을 내려놓자, 기계가 작동했다. 우웅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음료가 나왔다. 다 됐다고 깜박여서 컵을 꺼냈다. 생각보다 뜨거웠다. 들고 아까 맡아둔 자리로 갔다.

가방을 열어서 노트북을 꺼냈다. 노트북을 열면 전원이 자동으로 켜진다. 전원 버튼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지문으로 화면이 열렸다. 카톡을 로그인했다. 남편에게 채니가 자는지 물었다. 아직이라고 남편은 답했다. 나는 이제 카페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로그인했다. 글쓰기 버튼을 눌러서 포스팅을 했다. 메모는 오전에 시간 될 때 해뒀었다. 메모를 보면서 끄적였다. 중간쯤 썼을 때 남편이 연락 왔다. 언제 오냐고 나는 조금 시간이 걸릴 거 같다고 했다. 앉아서 쓰는 사이 손님이 새로 들어왔다. 대부분은 혼자서 들어왔다. 네 명이 온 팀이 있었다. 혼자 온 사람들은 말이 없다. 여럿이 온 사람들이 대화를 하자, 공간은 그들의 소리로 찼다. 나랑은 일 미터 정도 거리가 있었지만. 나는 마치 그들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거 같았다. 얼른 마무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타이핑 속도를 올렸다. 다다다닥 소리가 났다. 글을 마무리하고 카페를 나섰다. 하늘은 캄캄했다. 사람은 없었고. 가로등 불빛만 조용히 나를 비췄다.





집에서는 아이가 시끄럽게 하니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밤 아홉시에 요가를 마치고 카페로 간 이유다. 하지만 카페에도 방해는 있었다. 요가원에서도 마찬가지. 주변이 시끄러운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마음속이 시끄러웠다. 청소기를 돌리며 먼지통에 쌓이는 먼지는 눈으로 확인이 된다. 하지만 내 마음의 먼지는 확인이 어렵다. 요가원에서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듯, 내 마음의 뭉친 먼지를 먼저 풀어내는 게 먼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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