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잘못됐다. 내가 말한 건 이거 아닌데."
전화를 받자마자 귓가에 들린 말. 얼굴이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순간 찌릿한 감정이 올라왔다. 왜 잘 못된 거냐고 말을 받아쳤다.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꺼내서 확인해 보니 전화가 왔다. 저장된 이름이 뜨니까 대략적인 예상한 말이 있었다. 나는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했다. 내 기대는 빗나갔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나도 울컥했다. 서로 말이 오갔다. 전화를 끊었다.
카페를 가는 길. 어제 눈이 와서인지, 길이 구졌다. 해가 내리쬐니 쌓여있던 눈이 녹아서다. 창밖을 멍하게 쳐다봤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날이 흐린 것처럼 느껴졌다. 눈이 또 오려나.
어제 A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발표수업을 하는데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 주제는 흥미로웠다. 1분 안에 자기가 가져간 상품을 파는 스피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A는 자기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나에게 말했다. 내 동의를 구했다. 괜찮지 않냐며. 좋은 아이디어였다. 거기에 몇 가지를 말해줬다. 스피치에 참고하도록.
인터넷에서도 몇 가지 찾아서 보여주고. A는 내 덕에 아이디어가 정리됐다며 씩 웃었다. 상대방이 좋다고 하니, 나도 뿌듯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대뜸 A는 말했다. 프린트가 흑백이라며, 컬러로 내용을 뽑고 싶다고. 하나 뽑아다 달라고 했다. 하나 만들어와봐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못해줄 일도 아니었다. 조금 망설이긴 했지만, 알겠다고 만들어다 주겠다고 했다.
A는 명함을 주면서 참고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미지, 글씨체, 문구 등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했다.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켜고 말한 대로 미리 캔버스에서 만들었다. 일종의 전단지 같은 것. A는 적절하다고 생각한 사이즈도 말해줬다. 만들고 나서보니 뒷면이 아쉬웠다. 뒤에 주소랑 네이버 지도로 연결되는 큐알도 만들어서 넣었다.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출력을 했다. 구겨지면 안 되니 파일함에 넣어서 책상 위에 올려뒀다.
전날 밤 눈이 많이 왔다. A는 걱정이 됐는지 아침에 전화가 왔다. 나는 어제 만들어뒀다고 말했고, 눈이 녹아서 괜찮다고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어제 잘 챙겨뒀던 전단지를 챙겨서 가방에 담았다. 옷을 단단히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A에게 갔다.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도착해서 자리에 없길래 전화를 했더니 곧 돌아온다고 했다. 카페에도 가야 했던 터라 기다리기는 어려울 거 같았다. 만든 종이를 두고 나왔다.
카페에 도착했다. 카페는 유리온실 같은 느낌이다. 주변은 다 공장지대인데 여기에 카페가 있는 게 맞나 싶은 곳이었다. 이층 정도 되는 높이에 외관이 유리다. 햇빛에 유리가 반사되니 반짝거렸다.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출입문을 열자마자 오른쪽에는 빵 부스가 있다. 넓은 테이블에 여러 종류 빵이 진열되어 있었다. 왼쪽은 계산대.
빵순이인데, 빵이 먹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전화로 들은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차라리 다행인 건가. 눈앞에서 말을 듣는 것보다. 면전에서 들었다면 표정관리가 안 됐을 터다. 달달한 게먹고 싶어서 밀크티를 주문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야 했다.
카운터는 1층이고, 2층과 반지하 같은 층이 있었다. 1층에서는 반지하층이 홀처럼 연결되어 있다. 두 테이블 정도 사람이 있었다. 2층은 어떤가 궁금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테이블마다 사람이 꽉 차있었다. 천장이 높아서인지 수다 소리가 울렸다. 귀가 아팠다. 반지하 층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창가 자리. 전체가 다 유리라서 그런지 추웠다. 히터는 켜져 있는 거 같지만 별 소용없는 것 같았다. 의자에 걸터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어제 온 눈. 그늘이라 녹지 않았다. 멍하게 있다 보니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여전히 카페는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다.
자리에 앉아 주문한 밀크티를 내 앞에 놓았다. 양손으로 머그잔을 쥐었다. 온기가 느껴졌다. 우유 거품이 풍성하게 컵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곱고, 푹신해 보였다. 한 모금 마셨다. 온도는 적당했다. 너무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았다. 마시기가 좋았다.
밀크티를 마시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적절한 온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뜨거워서 왈칵 뱉어버렸다. 옷이 젖었다. 축축함은 내 몫이다. 뜨겁게 들어오는 말은 잠시 식혀두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