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바닥 부분을 청소하려고 몸을 수그렸다. 청소기도 각도가 거의 눕혀진 상태. 그때였다. 소리가 나더니 오수 통 하단 틈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미니 분수대 같았다. "에잇" 그대로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앉았다.
비셀 청소기 사용하고 있다. 습식, 건식 모두 된다. 한 번에 쓸고 닦을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올해 9월에 샀으니까 이제 4개월 차. 10월쯤이었던 것 같다. 오수 통을 끼우는데, 평소랑 달랐다. 그냥 한 번에 끼워졌다면, 이번엔 여러 번 눌러도 끼워지지 않았다. 억지로 힘을 줘서 끼워 맞췄다. 그 이후로 뭐가 아구가 틀어진 건지, 오수 통이 잘 끼워지지 않았다.
얼마 전 청소를 하려고 할 때였다. 오수 통이 청소기에 끼워지지 않았다. 오수 통 위에 뚜껑처럼 필터를 넣고, 청소기에 끼워 넣는 형태다. 필터에는 청소기와 맞는 홈이 있다. 딸깍 소리가 나면서 평소에는 끼워지는데. 잘되지 않았다. 끼워 넣으면 튕겨져 나왔다. 자꾸 오수 통을 뱉어내니 인상이 찌푸려졌다. 허리만 숙여서 하고 있던 터. 안 그래도 뻑뻑하게 끼워야 해서 힘들었는데. 몸을 숙이고 청소기 앞에 앉았다. 필터 홈을 보니 볼록 튀어나와 청소기와 맞물려야 하는 부분이 꾹 들어가 있었다. 손으로 잡아 빼보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몇 차례 더 반복하다가 엉겁결에 끼워졌다. 전원 버튼을 켜봤다. 작동이 된다. 얼른 청소를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집 창문을 모두 열고, 청소기를 돌렸다. 혹시 하다가 작동이 멈추면 안 되니까.
필터를 따로 팔았던 기억이 있었다. 비셀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내가 필요한 건 매시 필터였는데. 필터는 청소기 안에 들어가는 3가지 필터를 세트 상품으로 팔고 있었다. 다른 두 필터가 필요가 없는데, 어쩔 수 없이 사야 했다. 귀찮음으로 인해 청소기를 막 다뤘던 결과치고는 비싸단 생각이 들었다.
주문하고 이틀인가 기다려서 필터를 받았다. 새로운 필터를 끼우고 하는 첫 청소. 역시나 오수 통이 한 번에 딱 맞아 끼워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도 끼워지기는 하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오수 통이 문제였다. 애초에 오수 통이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청소기 각도가 180도에 가까워지는 순간, 오수 통 워터파크가 개장됐다. 전원을 껐다. 오수 통을 빼서 다시 끼우면 괜찮았다. 각도가 맞지 않으면 분수쇼는 다시 시작됐다. 그렇게 몇 차례 반복하며 청소를 마쳤다.
청소기 설명서를 꺼내서 찾아봤다. 문제 해결하기 부분에서 물이 새는 증상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물이 새는 원인은 3가지. 그중 나에게 해당하는 것은 물탱크나 뚜껑이 손상된 거 같았다. 추측이다. 해결 방법은 서비스센터로 보내면, 통이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준다는 것이었다. AS를 신청하고, 청소기를 택배로 보내고, 결과를 듣고 하는 과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냥 오수 통을 사는 게 낫겠다 싶었다. 검색해 봤더니 18,500원. 거기에 배송비까지. 이래저래 돈이 나갔다.
아귀가 맞지 않았을 때, 나는 멈춰서 제대로 살폈어야 했다. 허리를 숙이는 게 불편해서, 대충 끼워 넣어도 되길래 안일하게 생각했다. 잘 끼워지지 않는 신호를 계속 무시했을 때, 결국 나는 부품을 다시 사야 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삐걱거리는 느낌이 든다면, 멈춰 서라는 신호다. 그 신호를 무시한다면, 잠시 멈춤이 아니라 작동 중지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