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곰팡이

by 서한나

거실에 있던 아이 책장 하나를 공부방으로 옮겼다. 장에 가려져 몰랐는데, 시트지가 붙어있던 벽이 쭈글쭈글하다. 시트지가 접착력을 다했나 보다. 양면테이프로 붙였다. 그래도 보기가 싫어서 책장 옆에 있던 공기청정기와 소파를 조금씩 장이 있던 자리로 옮겼다. 책장, 공기청정기, 소파, 아이 장난감과 책상 순으로 배열되어 있던 자리. 왼쪽으로 조금씩 옮기다 아이 책상을 들어 올리는 순간.

뭔가 거무튀튀한 게 눈에 들어왔다. 요즘 눈이 잘 안 보인다. 안방으로 가서 안경을 가져다가 끼었다. 바닥도, 벽도 모두 시커 많다. 곰팡이였다.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인상은 찌푸려졌다. 프뢰벨 사은품으로 받은 아이 책상. 처음에는 아이가 너무 작아서 쓰지 않았다. 지금은 다른 책상이 있는데 그걸 쓴다. 그래서 소파 한쪽 빈 공간에 세워뒀다. 그 앞에는 아이 장난감 바구니 서너 개 놓고. 장난감 바구니만 쓰고 놓아두고 하던 터라 안쪽에 곰팡이가 핀 줄은 몰랐다. 좀 더 잘 살폈어야 했다. 아기 책상은 접이식이어서 판처럼 세워두고 뒤쪽은 보지 않았더니 몰랐던 거다.

확장형 베란다라서 그런지 곰팡이가 매년 속을 썩인다. 환기를 하고, 곰팡이를 닦고, 때때로 물기를 닦는다. 그래도 별반 차이가 없다. 전셋집이니 뭐 단열재를 보강하거나 수리를 하는 일은 없다. 곰팡이를 본 남편은 익숙하다는 듯이 청소 스프레이와 걸레를 가져와 닦는다. 아이 장난감 바구니는 괜찮았지만, 괜히 한 번 닦는다. 벽과 바닥도 닦았다. 거실에서 확장된 곳에 있던 모든 물건은 치웠다. 아무것도 두지 않았다. 자주 들여다보고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하려고.


청소를 하다가 얼마 전 일이 떠올랐다. A는 나에게 불평을 곧잘 이야기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이유는 내가 잘 들어주고, 말을 옮기지 않는 다였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그냥 듣는 일이니,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동조하는 게 되는 건가 하는. 그 후에도 불평이 계속됐다. 처음엔 별거 아닌 줄 알고 가볍게 생각했다.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으니 두통이 생겼다. 처음 며칠은 좀 피곤한 정도였는데, 두통약을 먹어야 하는 정도가 되기도 했다. 기운도 없어지는 것 같고. 며칠간 피곤해서 집에 있을 때는 누울 곳만 찾았다.


곰팡이는 작다. 처음엔 하나만 생긴다. 어느 순간 우후죽순 늘어난다. 모든 것을 시커멓게 만들어버린다. 게다가 건강에도 좋지 않고, 냄새도 풍긴다. 생긴 초반에 잘 관리하면 없어지기도 하지만, 심하면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애초에 생기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게 상책이다. 깨끗하게 곰팡이를 닦아냈으니, 자주 환기하고 그 자리를 돌아보기로 했다. 마음속 곰팡이도 마찬가지다. 생긴 곰팡이는 닦아내고, 더 이상 생기지 않게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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