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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표 Oct 23. 2021

아부를 하는 것도 타고난다

인격 어항 속 '아첨(阿諂)' 키워드

칩 종류가 좋으세요? 크래커 종류가 좋으세요? 아니면 둘 다?

나와 다른 사람들 유형


 삶을 살다 보면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가령 와이프와 나는 마트에 가면 과자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와이프는 칩 종류의 과자를 좋아하고, 나는 크래커 위주의 과자를 좋아한다. 싸울 필요도 없이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감자깡은 와이프를 위해 고르고 쿠크다스는 나를 위해 고르면 된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이 다르면 맞춰가면서 살 수 있다지만 인격을 이루는 가치관이라던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면 삶은 고통이 되는데, 그런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조차 스트레스가 된다. 브런치에서 솔직하게 고백하지만 나는 아부를 잘하는 사람들과는 힘들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아부를 하는 것도 타고 난다


 잘못하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나는 패배를 인정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바로 아부를 못한다는 점이다. 예의를 갖춰서 상대방의 기분은 맞춰줄 수 있지만 맹목적인 아부는 하지를 못한다. 세상에는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하던데,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가령 내가 지금부터 아무리 축구 연습을 해도 손흥민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아부도 운동신경의 그것처럼 아부 신경을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스에게 맹목적인 아부를 잘하는 그들을 보면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의 미끈거림으로 옆에서 보고 있자면 속이 거북하다. 스포츠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듯이, 아부 선수의 경기를 지켜볼 때 나는 2가지의 관점에서 그들을 유심히 지켜본다.


  첫 번째 부류는 업무 실력도 있으면서 아부도 잘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아부를 보고 있자면 속이 메슥거리지만 실력까지 좋은 것을 감안하면 굴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회사의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게 현실이다.


 두 번째 부류는 업무 실력은 꽝인데, 부지런히 혀 드리블로 아부만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의 아부를 보고 있자면 속이 거북하다. 한편으로는 왜 그렇게 아부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람 사는 세상 각자가 잘하는 부분이 다른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젊은 날의 나는 거울 앞에서 한 번씩은 아부를 연습해보려 했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도저히 마음에 없는 말이 혀 밖으로 미끄러지지 않았다. 이쯤 되면 내가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라고 굴복하고 싶다. 잘못하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도 우리에게 필요하다. 

오늘은 제가 못하는 것을 솔직하게 여러분에게 고백해 보았습니다. 사람이 모든 것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야 누구나 같겠지만, 못하는 것을 인정하는 솔직함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잘하시고? 무엇을 못하시나요? 인정하기 싫지만 도저히 안 따라워주는 것도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저의 인격 어항에 '아부'라는 키워드는 제가 못하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키워드로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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