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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가의 꽃 Jan 28. 2022

꽃을  팔지 않는 꽃집


몇 년째 TV를 틀면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이 각 방송사마다 이름만 다른 채 비슷한 포맷으로 선보이고 있다.  노래 경연 프로그램은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 포맷이다 보니  계속해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재생산되고 있고 대중은 매번 새롭게 등장하는 참가자들에 열광하고 있다.


한동안은 이러한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식상함에 질려 TV 자체를 켜지 않기도 했었다.

그러던 얼마 전 TV는 틀어 놓은 채  눈은 핸드폰에서 떼지 못하고 있던 중 나도 모르게 스르르  화면을 바라보다 결국은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TV 앞에서 꼼짝 않고 앉아있게  된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싱어게인2,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데뷔는 했지만 대중에게 알려지지 못했거나 더 이상 노래를 부를 무대가 없는 가수들을 위한 경연 프로그램이었다. 시즌1을 보지 않았었기에 나는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저렇게 노래를 잘하는데 왜 알려지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감탄을 연신 내뱉었다.


중년 여성 록가수의 노래가 펼쳐졌고 노래가 끝난 후 심사위원들은 놀라움과 경외심을 아낌없이 그녀를 향해 보냈다. 그녀는 몇십 년 동안 락밴드의 멤버로 노래를 불러왔었지만 대중은 그녀를 알지 못했다.  소름이 돋을 만큼 파워풀한 가창력을 대중은 지금까지 알아주지 못했었다.

인터뷰를 통해 그녀는  유명하지 않은 채 계속 노래를 불러야 하는 삶에 대하여 말하였다. 몇십 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모든 것을 다 쏟아 노래를 부르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가수로 살아오면서 늘 절벽 앞에 서있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것이었다.


그 가수가 지금껏 어떠한 마음으로 노래에 임해왔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알려지지 못한 채, 알아봐 주는 사람 없는 채, 자신의 일과 삶을 이어나가고 있을까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처럼

꽃을 한송이도 팔지 못하는 꽃집도 있을 것이다.

내 꽃을 아무도 찾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꽃을 끊임없이 만들 수 있을까,

모두가 내 꽃을 외면하더라도 난 계속해서 꽃을 지금처럼 대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함께 이글이 생각이 났다.



세상에는 차를 한대도 팔지 못하는 자동차 외판원이 있고

시를 쓰지 않는 시인이 있으며

여행하지 않는 여행자가 있다.

다른 걸 몰라도 여행하지 않는 여행자는 있다.

사랑을 잃은 자는 사랑의 흔적으로 살고

여행이 막힌 자는 여행의 그늘 아래 살아가니

여직 길 위에 있는 사람들아

너무 외롭거나 아프지 마라

세상 끝에 걸쳐 눈이 눈물처럼 빛나는 그대의 여행은

언젠가 끝이 날 것이다.

사라지지 말고 이 말을 가슴에 새겨다오

오래오래 당신은 여행생활자다.

                                               유성용, 생활 여행자 中


 

글 속의  차를 한대도 팔지 못하는 외판원, 시를 쓰지 않는 시인,  여행하지 않는 여행자

그리고 청중이 없이 노래를 하는 가수, 꽃을 팔지 않는 플로리스트  이 모두들이

아직 그 길 위에 있다면 위 글의 저자의 말대로 너무 외롭거나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유명하지 않은 가수로 평생을 산다한들

읽어주는 이 없는 시를 쓰는 시인으로 산다한들

차를 한대도 팔지 못하는 외판원으로 살아간다 한들

아무도 찾지 않는 꽃을 만드는 플로리스트로 살아간다한들

이 길위를 계속해서 걸어간다면

우리는 오랫동안 가수이고 시인이고 외판원이고 플로리스트일 것이다


언젠가는 끝날 이 여정 위에서 우리 지치지 말고

오래오래 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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