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해가 푸른 물결 위로 서서히 기울어갑니다.
해변에서 모이를 줍던 갈매기들은
다가오는 어둠에 놀라 날아오르고,
주황빛으로 타오른 구름은 하늘 기슭에 잠시 머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새 사방은 어둠이 스며들 듯 내려앉고,
산타모니카의 밤이 시작됩니다.
밤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젖은 이마를 스치고,
휘황한 불빛의 관람차는 유유히 돌아갑니다.
낮 동안 웃음과 열기로 가득했던 해변은
이제 고요히 식어가며,
외로운 가로등 불빛에 기대어 있습니다.
그 사이 퍼시픽 파크는 제 옷을 입은 듯
비로소 본모습을 드러냅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관람차,
거리 악사가 흘려보내는 노래,
남녀노소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동심을 자극하는 놀이기구들.
어둠 속의 산타모니카는
다시 한 번 축제의 열기로 채워집니다.
덱의 한 모퉁이에서 익숙한 선율이 들려옵니다.
영화 Wicker Park의 OST,
콜드플레이의 'The Scientist'.
2005년 가을,
우연히 이 영화를 보며
여러 감정의 물꼬를 텄던 때가 떠오릅니다.
세월이 흘러 다시 들어도 여전히 마음을 저미는 노래.
"I'm going back to the start."
기타를 멘 젊은 가수는 담담하게,
그러나 절제된 슬픔을 실어 그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불빛의 깜박임과 사람들의 소음이
잔잔한 배경음처럼 감돌았습니다.
그렇게, 산타모니카의 밤은 깊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