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봉수산 임존성

가을 햇살과 바람 속에서 마주한 소중한 순간

by 보라
낯설지만 따뜻했던 자리,
봉수산 임존성에서 9월을 기억합니다.



9월의 바람이 숲을 흔들 때,

산길을 올랐습니다.


여름이 남긴 뜨거움은 사라지고

가을의 첫 빛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산,

봉수산 임존성.


이름은 낯설었지만,

오늘만큼은 여기가 꼭 내 자리처럼 느껴졌습니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살며시 손을 내밀어 맞이합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마른 나뭇가지와 흙냄새가 섞인

고요한 소리들이 남아 있습니다.


호랑나비, 노랑나비, 배추흰나비가

꽃 위를 팔랑이며 지나가고,

개구리들은 낙엽 사이로 뛰어다닙니다.


그들은 그저 하루를 살아갈 뿐인데,

그 단순함이 오히려 마음을 흔듭니다.

잠시 멈춰

나의 걸음을 그들의 리듬에 맞춥니다.


가만히 가만히 걸어갑니다.

말을 줄이고 들려오는 모든 소리에 집중합니다.


부드러운 흙을 지르밟는 소리,

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

나비들의 팔랑거림,

스틱이 딱딱 리듬 맞추는 소리까지.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부드럽게 오르내리며

천천히 걸을 여유를 줍니다.


숨을 고르고 눈을 들어 예당호를 바라보니,

산길에서 마주친 모든 풍경이

한결 선명하게 스며듭니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면 나타나는 임존성.


흙빛 성곽 위로 가을 햇살이 내려앉고,

세월의 흔적이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여기에는 백제 유민의 한과 투혼이 스며 있고,

배신과 좌절, 그럼에도 꺾이지 않은 결기가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성곽 위에 잠시 서서

바람과 햇살을 느끼고,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이 길, 이 산, 이 계절이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보여주고 있구나.'


돌아가는 길, 발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길 위의 모든 순간을 천천히 되짚습니다.


나에게 그늘이 되어 준 나무들,

말없이 곁을 지켜준 바람과 햇살,

혼자였으나 외롭지 않았던 시간들.


9월, 봉수산 임존성.


그곳에서 나는

소중한 것을 다시금 기억하고,

마음 한편에 담아둡니다.


그리고 속삭입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이 숲과 생명, 햇살과 바람을 잊지 않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