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우드 국립공원에서
거대한 나무 앞에 서면, 인간은 한없이 작아진다.
그러나 그 작음 속에서 더 단단히 살아야 함을 배운다.
You're beautiful
You're beautiful
You're beautiful, it's true
– James Blunt
그녀는 나무를 좋아합니다.
봄이면 꽃망울을 터뜨리는 생명의 기적을,
여름이면 짙푸른 그늘 아래 캠핑의 여유를,
가을이면 주렁주렁 맺히는 탐스러운 열매를,
겨울이 오면 하얗게 피어난 눈꽃을 머금은,
순수한 나무의 자태를 사랑하지요.
나무는
푸근한 마음으로 아낌없이 주는
세상의 모든 부모님과도 같습니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나무의 품,
삶의 안식처이자 믿음직한 놀이터.
그녀는 그런 나무들이
자라나는 마을을 그리워합니다.
그곳에 가면 잊고 있던 숨을 다시 고를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끈질긴 시련에도 꺾이지 않고
우직하게 하늘로 향하는 곧은 심지를 배울 수 있는 곳.
몇 달을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키다리 나무들을 만나러 길을 나섭니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가 자라는 곳,
캘리포니아 북부, 레드우드 국립공원.
하늘 끝을 향해 쭉쭉 뻗은 거인들의 나라.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쿵 하고 뛰었습니다.
그녀는 긴 밤을 새워 숲으로 향합니다.
잠과 싸우며, 어둠 속을 달려가는 길.
헤드라이트만이 길을 밝혀주는 외로운 여정이었지만,
외로움 속에서도 그녀는
보이지 않는 나무들이 길가에 서서
가만히 응원해 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어둠도 결국 수명을 다하고,
새벽의 안개가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곧 햇살의 부름에 하나둘씩 사라지는 안개들.
세상은 천천히 깨어났습니다.
젖은 풀잎 위로 맺힌 아침 이슬,
조용한 시골 마을을 스쳐
노란색 스쿨버스가 잠든 풍경.
모든 것이 멈춘 듯, 시간조차 숨을 멈춘 순간.
그녀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엘크들의 마을에 도착한 그녀는
엘크 무리를 가까이서 마주합니다.
숨소리까지 들릴 만큼 가까운 생명 앞에서
말없이 고개를 숙입니다.
곧이어 도착한 곳은 Gold Bluffs Beach.
쌀쌀한 바닷바람에 옷깃을 여미지만,
해변 잔디 위 캠퍼들의 모습은
진정 자연과 어울려 사는 이들 같아 보였습니다.
그들의 여유가 그녀의 마음을 천천히 녹였습니다.
물 웅덩이를 마주한 그녀의 자동차는
정강이 높이의 얕은 물도 건너지 못합니다.
무력한 자동차를 보며 생각합니다.
모든 존재는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고.
그 깨달음이 이상하게도 따뜻했습니다.
‘Thru Tree’라 불리는 거목에 이르자,
그녀는 자동차를 몰고
살아 있는 나무의 몸을 통과합니다.
나무의 숨결이 유리창을 타고 손끝까지 전해졌습니다.
마침내, 거인의 나라에 발을 들입니다.
레드우드 숲.
하늘을 가르는 듯 솟은 나무들.
공룡이라도 걸어 나올 것 같은
태고의 기운이 서린 고요한 정원.
그 안에서는 시간마저도 천천히 흐릅니다.
살아 있는 나무와
생명을 다한 나무,
이끼와 함께 생명을 품은 고목들.
죽음조차 또 다른 생명을 품고 있습니다.
그 순환이 너무도 성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이 숲이
영원히 그렇게 숨 쉬길 기도합니다.
험한 여정,
졸음과 싸운 밤,
늘어난 주름마저도...
이 숲에서 받은 감동 앞에선
기꺼이 바꿀 만한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합니다.
You're beautiful.
You're beautiful.
You're beautiful, it's true.
– 레드우드 국립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