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풍경과 향기를 가슴에 담는 시간
떠나는 순간
비행기가 땅을 떠나는 순간,
눈물이 났다.
밭고랑 사이 들판이 바둑판처럼 펼쳐지고,
자동차들이 개미처럼 작아질 때쯤,
그저 눈물이 났다.
구름을 향해 돌진하는 비행기의 굉음 때문일까,
감동 때문일까,
아니면 아쉬움 때문일까.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또 눈물이 났다.
한참 동안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떠오르는 기억
하얗게 흐르는 구름 아래로
내가 걸었던 골목, 마셨던 커피,
따뜻하게 웃던 사람들,
잠시였지만 분명히 머물렀던 나의 시간들이
조금씩 멀어졌다.
스위스라는 이름은 이제
지도 위의 나라가 아니라
가슴속 어떤 감정이 되었다.
마치 손에 잡히지 않는 빛처럼,
떠오르기도 하고 스러지기도 하는 느낌.
고요 속의 배움
그곳에는 알레치 빙하가 있었다.
모든 소리가 얼어붙은 듯 고요한,
광활한 흰 얼음 위에서
나는 말없이 서 있었다.
어쩌면 그날,
진짜로 '멈추는 법'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융프라우요흐,
세상 꼭대기에서 바라본 하늘은
내가 알던 하늘과 달랐다.
끝없이 맑고 조용하며,
마치 시간을 다 쓰고 남은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색이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공기 속에 남은 차가운 온기를 마음속에 담았다.
풍경과 나
푸른 초원이 펼쳐진 트레킹 길 위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말을 걸지 않아도 좋은 사람처럼,
풍경과 나 사이에는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초록빛 풀잎과 바람, 햇살이
몸과 마음을 천천히 감싸 주었다.
작은 마을의 카페에서는
낯선 언어 속에서도 따뜻하게 웃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짧은 인사와 커피 한 잔이,
그토록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러한 순간들 하나하나가
내 마음속 등불이 되어,
지금도 길을 비추듯 빛나고 있다.
구름 위의 기억
그 기억들이 지금
구름 위에 쌓인다.
짐칸에 들어가지 못한 것들(감정, 장면, 온기)이
살며시 내 무릎 위에 내려앉는다.
손으로 만질 수는 없지만,
눈을 감으면 여전히 생생하게 느껴진다.
나는 지금 그곳을 떠나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곳이 나를 오래도록 떠나지 않을 것 같다.
마음 한편에,
조용히 자리 잡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