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메모] 챗GPT에게 대리효도를 맡겨볼까

by 양벼락

작년 어느 시점에선가부터 아빠가 식욕이 많이 줄었다. 얼마 전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내려갔던 대전에서 생전 본 적 없는 아빠의 야윈 모습을 보았다. 팔도 가늘어지고, 볼도 패이고 있었다. 식욕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늘 먹을 것을 좋아하고 즐기시던 아빠가 저렇게 야위다니.


병원도 다녀오셨고 간 수치가 조금 높아진 것 외에는 오히려 건강이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란다. 당수치도 낮아지고, 고지혈증도 나아져서 약을 줄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먹는 것이 늘 곤욕이라고 하시니 딸로서는 너무 마음이 쓰이는 일이었다.


이번에 다가올 긴 연휴 동안 대전에 내려가서 아빠 식사도 차려드리고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늘 계모인 게 아닌가 의심해왔던 엄마가 또 나를 가로막는다. 두 분 사연이야 길고 깊은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지만, 엄마가 늘 훼방 놓는 것을 우리 가족은 참아내기만 한다. 아빠와 나는 긴 통화를 했다. 올해 칠순을 맞아 여행을 가보려고 했지만 그 조차 이야기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니 참아보라고 하신다. 화가 난다. 내가 내 아빠를 챙기는데 엄마가 방해를 하다니.


그래도 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겠다고 생각하며 아빠와 전화하기를 루틴에 넣었다. 나는 아주 살가운 딸이지만 연락이 잦지는 않은 편이었는데, 그래도 한 번 통화하면 두시간을 통화할 정도로 아빠와 나는 돈독하다. 그래, 내가 더 자주 연락 드리면서 마음을 살펴봐드리면 식욕이 조금 더 올라올지 모른다. 아령 운동 하라는 잔소리도 이 참에 더 하고.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하루 한 시간 통화로는 아빠를 더 잘 보살필 수 없을 것 같다.


아빠는 요즘 유튜브에 많은 시간을 보내시는 것 같았다. 그러니 의욕도 체력도 더 저하되시는 게 분명했다. 나는 무엇을 더 해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챗GPT를 제안해드렸다. 아빠가 처음에는 예전에 나왔던 무료버전만 사용해보신터라 밍숭맹숭한 반응이었다. 나는 이틀 간 내가 어떤 식으로 챗지피티와 함께 엘디프 업무를 하는지, 인스타그램 운영에 챗지피티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업무적인 것 말고도 투자, 육아, 심리상담 등을 챗지피티와 할 수 있다며 캡처사진도 보내드리고 사례도 설명해드리면서 조금씩 설득을 했다.


어제 아빠와의 전화에서 아빠가 '그래 한 번 써보지 뭐' 하셨다.

그래서 오늘은 애들을 재우고 운동을 마친 후에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서 챗지피티 계정을 만들어드릴거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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