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도 벼락치기 Ep. 6 - 재입원, 그리고 복부CT

퇴원한 날 재입원한 크리스마스 이브

by 양벼락

갑자기 묘책이 떠올랐다. 임신중독증 소견으로 전원을 오자마자 응급실에 있게 되었을 때 남편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이었다. 대학병원 시스템을 전혀 모르던 남편이 입원 수속 등을 위해 여기저기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 나의 제왕절개 수술 동의서를 작성하기 위해 의료진들은 보호자를 찾았다. 남편이 내 핸드폰까지 챙기고 있던 상황이라 내 수중에는 핸드폰이 없었고, 의료진은 나에게 남편의 핸드폰번호를 물어서 직접 전화를 걸었다.


"오빠, 우리 그 때 입원 수속 한다고 오빠 없어서 응급실에서 한 선생님이 오빠한테 전화했었잖아. 그 전화번호 찾아봐. 통화내역 봐봐." 010으로 시작되는 번호가 여러개 있었는데, 내가 입원해있던 시각에 해당하는 번호가 딱 하나 있었다. 남편이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 선생님이 전화를 받았고 남편은 그 분에게 우리의 사정을 설명했다. 세브란스 응급실이 전화를 받지 않는데 지금 응급실로 가고 있다. 빨리 응급실에 조치를 해달라. 그러고선 구급대원에게 전화를 넘겨주어 더 자세하고 전문적인 내용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였다. '오, 우리 부부 경험치가 좀 쌓였는데?' 하는 여유로운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이런 생각을 했다니 이 때까지는 좀 살만했나보다)


남편이 구급차 안에서 손을 꽉 잡아주었는데 손이 따뜻해서 안심이 되었다. 끝내 혈관을 찾지 못한 채로 세브란스에 도착했지만 나의 몸은 아직 이 상태를 견딜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복병이 하나 있었으니 미접종자는 PCR 검사 없이는 보호자로서 입원실에 상주할 수 없었다는 것인데, 그 때는 너무 늦은 저녁이었기에 PCR 검사 자체가 불가능했다. 우리 남편은 나의 보호자로 있을 수가 없었다. 일단 응급실에는 함께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시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자고 제안했다. 너무 급했기 때문에 사람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시어머니께서는 그 길로 택시를 타고 병원까지 와주셨다. 그 후로 꼬박 24시간 동안은 시어머니께서 내가 하혈을 할 때마다 패드를 갈아주고,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밥을 떠먹여주시고, 간호사실과 소통을 해주시며 기도도 많이 해주셨다.


어쨌거나 나의 2차 산후출혈은 출산 후 보통 사람들처럼 자궁동맥이 제대로 아물지 않고 동맥류를 형성해 대량의 출혈을 발생시키는 양상이었다. 복부CT를 통해서 자궁에 출혈이 있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이후로 1차 출혈 때 자궁수축제와 수혈로 치료하려던 방법은 그 다음 단계인 #자궁동맥색전술 로 변경되었다. 이것도 통하지 않으면 개복 후 자궁절제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넘어간다고 하였다. 치료 방법이 변경되는 와중에 수혈 2팩이 추가되었고, 색전술을 위해 나는 목이 타는 금식에 또 들어갔다.


다들 색전술이 아프다더라 라고 내게 말해주었다. 색전술이 뭔지도 모르는데 아프다는 말 먼저 들으니 대체 뭘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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