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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람 Dec 29. 2022

안녕 2022, 안녕 2023

2022년을 회고하며


2022년 새해 다짐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022년을 이틀 남기고 올 한 해 회고를 위해 자리에 앉았다.

매년 연말 회고는 나에게 있었던 ‘올해의 10대 뉴스(키워드)’로 마무리하곤 하는데, 올해는 그중에서도 세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첫째, 초등맘.

작년 내내 내 어깨를 짓누르던 예비초등맘의 굴레를 벗어나 더 높은 산이 되어버린, 예비초등맘보다 결코 어깨가 가볍지 않은 두근두근 초등맘이 되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여유를 부렸는지, 지금 생각하면 밤새 이불킥을 날릴 만큼 후회가 앞서는 딸아이의 입학준비.

그동안 호텔식 육아로 단련됐던 아이의 기본생활습관 잡는데만 급급해서, 7세 후반기에야 시작한 한글수떼기를 결국 완성하지 못한 채 입학한 딸의 학교적응을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한 해였다.

늘 밝고 명랑한 아이라 크게 걱정할 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첫 학교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자기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해 봄점퍼를 비롯한 물건을 여럿 분실했고, 또래보다 작은 체구로 야심 차게 준비했던 책가방을 세 번이나 바꿨으며, 코로나로 흐트러졌던 아이의 일상루틴을 정상화하느라, 방학과 개학에 맞는 스케줄 조절로 또 혼란을 겪으며 초등맘 1년 매운맛을 제대로 본 한 해였다.

사실 아이는 걱정보다 늘 잘해줬고, 스스로 만족스러운 1학년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초등맘 카오스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휘청인건 나뿐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둘째, 수영.

지난 4월 코로나확진 후 용기 내어 시작할 수 있었던 아이들의 수영강습으로 2022년 하반기는 수영으로 채워졌다.

4개월 정도 강습을 받으며 “라거둘, 올여름 물개가 되어라’ 라며 농담반진담반으로 시작한 아이들의 수영은 11월 수영장 폐장을 계기로 ‘가족수영’이 되었다.

바다에서 갈고닦은 남편의 생존수영과 초등학교 4학년 때 여름방학 동안 잠시 배운 수영이 다녔던 게 전부인 수알못(제대로 된 수영을 알지 못하는) 나까지 수영장으로 뛰어들게 한 건 역시나 아이들의 힘.

성별이 다른 두 아이를 둔 덕분에 어쩔 수 없이 함께하게 된 남편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짧게나마 가족수영을 함께하게 된 우리의 가족루틴이 매우 좋은 요즘이다.

내가 물놀이가 아닌 수영을 위해 수영장에 다시 다니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수영을 계속하고 싶다는 아이들을 위해 집 근처 수영장에서 자유수영을 시작하게 된 건 정말 엄청난 사건이었다.

사건이 이젠 일상이 되어 내 인생에 차곡차곡 스며들 수 있도록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셋째, 인생 첫 책출판.

우연한 계기로 꿈이라고만 생각했던 책출판을 2권이나 이루어냈다.

비록 전자책이었고, 두권 중 한 권은 목글모 멤버들과 함께 출판한 문집이었지만, 포털사이트에 내 이름, 책 제목을 걸고 검색해서 나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인생에 있어 큰 기쁨이자 만족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임신, 출산, 육아를 하며 7년 정도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주어지지 않아 자꾸만 자존감이 낮아지는 시기였다.

첫아이가 입학하기 전에 무언가는 이루어내리라 다짐은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 헤매고 있을 때 찾아온 출판기회가 내게 한줄기 빛같이 느껴졌다.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고 부족하고 아쉬웠지만, 과정 하나하나, 작은 결과 하나까지 그 어느 것도 버릴 수 없이 소중하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나에게 새로운 기회, 도전, 성장의 길을 열어준 2022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외에도 정말 수없이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쌓여 일 년이 정말 쉴 틈 없이 빼곡하게 채워졌던,

참 고생 많았고, 즐거웠고, 행복했던 2022년이었다.

코로나로 경직됐던 우리의 모든 일상이 찬찬히 풀리며 예전과 같지만 또 다른 일상으로의 복귀를 여전히 진행 중이고, 나의 인생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한 해가 마치 내 인생을 리셋해줄 것 같은 기대는 이제 없지만, 어제와 같이 오늘을 살고, 오늘 같이 내일을 꿈꾸며 새로 맞이하는 2023년도 올해처럼 힘들어도 잘 견디고, 매일의 즐거움으로 행복을 찾아가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


안녕, 2022년. 그리고 안녕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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