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보람 Feb 21. 2023

한 치 앞을 모르고.

유방초음파 검사 후 마음가짐

일주일. 딱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주 목요일. 미뤄왔던 유방초음파검사를 앞두고 글을 쓰고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은 게.

검사를 앞두고 계속 악몽을 꾸는 나에게 ‘모두 개 꿈이고, 아무 일 없을 거’라며 나를 애써 달래던 남편. 그랬던 그까지 긴장하게 만든 나의 호들갑으로 남편도 속으로 엄청 맘 졸이며 없는 연차까지 쥐어짜 함께했다.

고작 검사일뿐인데, 이게 뭐라고…라고 이제는 말할 수 있지만, 사실 그땐 곧 죽을 것 같았다.


불안해하는 나에게 ”별일 아니겠지만, 만약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내가 다 책임지고 고쳐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오빠 믿지? “하던 그는 멋지고 감동이었다.

‘아, 내가 이래서 이 남자를 선택했지. 그 어떤 일이 생겨도 나를 지켜줄 것 같았던 든든함’


검사 전에 맛있는 거 먹어야 한다며 외식을 하고 가고 싶었던 카페에 앉아 티타임도 가졌지만, 검사 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점점 더 소화도 안되고 불안한 그날의 긴장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이 하원시간과 겹쳐 결국 검사는 혼자 받으러 갔는데, 유방초음파만 하려다 병원의 권유로 갑상선, 복부초음파까지 몽땅 하기로 하고 검사대에 올랐다.


검사 전 상담에서 엄마의 병력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엄마도 아픈데 무슨 자신감으로 5년간 초음파검사 조차 하지 않았냐는 의사의 말에 주눅이 들고, 점점 더 불안했다.

‘쳇, 엄마도 아픈데 나까지 아플까 봐 무서워서 검사조차 못해본 건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긴장감에 한마디 항변도 못한 채 쭈글이가 되었다.

30여분의 시간 동안 아무리 눈 씻고 봐도 알 수 없는 초음파 영상을 뚫을 듯 바라보며 검사를 받는데, 의사가 고개만 까딱여도, 초음파 사진을 찍기만 해도 “아 저게 암덩어린가? 나 이제 죽나?” 싶은 생각에 식은땀이 다 날 지경이었다.

평소에도 쫄보였지만, 병원에만 오면 더 쫄쫄보가 되어버리는 나는 서른일곱의 어른이었다.


다행히, 참 다행히, 검사결과는 양호했고,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하면 된다고 했다.

정말요? 안 아픈 게 맞아요? 나 근데 왜 자꾸 온몸이 아프죠? 하며 의사에게 징징거리며 불안을 놓지 못했는데 정기검진만이 답이라는 말에 안심하고 병원 밖을 나왔다.


와, 정말 한 30여 분 만에 생각이 뒤바뀌었다.

검진 직전까지만 해도 “어차피 죽으면 썩어 문드러질 몸, 예쁘게 치장하면 뭐 하고, 좋은 걸 먹어서 뭐 해? 아무런 의욕도 없고, 그저 오늘하루 잘 살면 그만이지. 아쉬운 거라곤 토끼 같은 두 아이를 두고 가는 게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네…“라고 생각했던 나인데.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피부과’ 간판에 “어머, 생각보다 오래 살 것 같은데 피부과 가서 얼굴 좀 갈아엎어야 하나?” 하고 생각하는 나라니…

정말 극단의 끝을 달리는 나는 극강의 P인가 싶다.


9월부터 발만 담가놓은 건다방(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한 자조모임)의 리더 “선아느님”이 사람의 몸은 일회용이라고 했는데, 이 일회용 몸뚱이를 어떻게 잘 쓰다 잘 버릴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겠다.

아이들에게는 골고루 먹어라, 바른 자세를 해라, 지금 너희들의 몸은 한번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다. 지금의 몸을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하므로 잘 관리해야 한다.라고 매일 잔소리를 해대면서, 내 몸은 이미 버린 몸이라 생각을 했던지 자꾸만 소홀해졌던 것 같다.

어차피 사는 인생, 이왕이면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


이번 일을 계기로 나의 몸에 더 집중해서 몸이 전하는 말을 좀 더 자세히 들어봐야겠다.

”주인님! 저 이제 정말 그만 먹고 싶어요. 주인님, 제발 좀 잠 좀 자요. 핸드폰 좀 그만해요 등등등“

욕망에 취해 절제를 모르고 사는 삶은 이제 좀 벗어던지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지.

우선 좀 부지런해져야겠다. 지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만 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