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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람 Nov 01. 2023

가을맞이 가지치기


올 가을은 짧았던 여름방학만큼이나 정리되지 않은 몸과 마음이 분주해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

여름 내내 우기와도 같았던 제주 날씨는 ’ 누구보다 잘 놀고 싶은 ‘ 나의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고, 결국 가을문턱 앞에서 헉헉거리며 끝나가는 여름을 즐기느라 바빴다.

이미 떠나버린 여름을 놓아주지 못하고 끝끝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진 나의 2023 가을문턱.

그렇게 쿨하지 못한 나는 끝까지 아주 뜨겁게 놓아주지 못한 여름을 보내느라 체력과 에너지는 바닥을 드러냈다.

코로나로 잠잠했던 수많은 축제와 행사가 여기저기 하루도 쉴 틈 없이 이어졌고, 나는 내 눈앞에 떨어진 퀘스트를 처내느라 바빴다.

그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몸도 마음도 하나로 모으지 못한.

공중에 흩뿌려진 2023년의 가을은 나에게 번아웃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어. 나는 무엇이라도 새로 시작해야겠어.‘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새로운 시작?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새로운 시작은 또 하나의 가지치기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 집중하는 것을 찾아내 그 외의 것들을 처내는 시간.

연말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나에게 “지금? 굳이? 이렇게 바쁘고 정신없는데 새로운 시작을 한다고?”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식물마다 가지치기 시기가 다르듯, 나의 가지치기 시기는 지금이어야 했다.

 

가장 급하고 중요한 일을 찾다 보니 ’ 건강‘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강했다.

하지만 바닥난 체력으로 할만한 운동이란 그저 걷기밖에 생각나지 않았는데, 걷기조차 혼자서는 도저히 못할 것 같아 돈기부여(‘돈’으로 자극을 주어 생활체로 하여금 행동을 하게 만드는 일)하기로 했다.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 효과, 위치, 시간, 금액 등을 고려해  찾아낸 나의 새로운 시작은 ‘요가‘.

우선 시작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1개월만 해보고 결정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갔다가 3개월 등록 시 20% 할인이라는 솔깃한 제안에 덜컥 3개월 등록을 했다.


요가를 시작하고 1개월째 유지 중인 이야기는 다음 글에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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