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구름과 우박과 바람이 함께하는 오늘.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뒤바뀌는 복잡 미묘한 날씨를 뚫고 두 달 만에 미용실에 다녀왔다.
다들 미용실을 뭐 그리 자주 가냐며 핀잔을 주지만,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흰머리 공격을 참을 수 없어 귀찮음을 무릅쓰고 미용실을 찾았다.
엄마는 염색을 시작하면 진짜 끝도 없다고, 최대한 늦게 시작하라 하셨고, 시어머니는 염색도 젊을 때나 자유롭게 하는 거라며,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을 때 마음껏 하라고 하셨다.
어릴 적부터 유전적으로 새치가 많은 타입이긴 했지만, 이젠 새치라고 웃어넘길 수 없는 흰머리가 정수리부터 앞머리까지 침범해 오기 시작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멋내기용 염색을 하는 젊은이였다.
이번시즌은 어떤 컬러가 유행이에요? 제 얼굴톤이랑 잘 맞는 색으로 염색해 주세요. 라며 미용실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염색이 좀 빠져도 흰머리가 너무 티 나지 않도록 여름엔 좀 밝게, 겨울엔 살짝 톤다운을 하는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는 걸 깨닫는 서른일곱이라니. 서글픈 마음이 밀려왔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 염색을 집에서 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것.
어디선가 봤던 글인데, 아저씨와 오빠의 차이는 염색을 집에서 하느냐, 미용실에서 하느냐라고. 난 아직 미용실에서 염색하니까 완전 아줌마는 아닌 거 아니냐며 나를 위로해 본다.
뭐, 곧 집에서 2주마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비닐을 싸매고 염색약을 바르고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가는 세월을 누가 잡을 수 있으랴. 흑.
어릴 땐(이라고 말하면 혼날지도 모르겠지만) 예뻐지기 위해, 어제의 나와 달라지기 위해 애쓰는 마음으로 미용실을 찾았더라면, 지금은 어제의 나와 달라지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찾게 되는 것 같다.
어제의 나보다 좀 더 예뻐 보이고 괜찮아 보이길 바라는 마음은 살짝 내려놓은 지(아직 완전히 내려놓진 못했음) 오래고, 그저 어제와 비슷하게라도 보였으면 하는 모습으로 유지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아~ 마흔도 안 됐는데 벌써 이렇게 세월타령을 하고 있을 줄이야.
그래도 조금이라도 젊을 때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써야지 하는 마음으로 흰머리가 조금 더디게 자라날 수 있도록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자외선을 피하고, 올바른 머리카락 관리, 아미노산, 비타민E, 비타민B12, 엽산 등의 영양분을 잘 섭취해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서 자야지. 벌써 11시 21분이야!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