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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G Apr 29. 2022

불닭볶음면 같은 날

불닭볶음면을 먹었다. 불닭같이 화끈하게 열 받은 후에 말이다. 불닭볶음면이 잘 나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스트레스가 쌓이긴 쉬워도 도무지 풀길은 없는 현대인에게 매운맛처럼 강한 자극은 묘한 쾌감을 준다. 인간에게 스트레스가 있는 한 불닭의 미래는 밝다.


맵찔인 나는 불닭볶음면 중에서도 늘 까르보 맛만 먹는다. 오늘은 거기에 무려 치즈까지 올려 먹었다. 우유 한 컵도 옆에 두었다. 그런데도 매웠다. 다 먹고 나니 속이 아팠다.


스트레스 풀려고 먹은 불닭이 나에게 다시 아픔을 주었다. 그래서 스트레스 풀 때는 방법을 지혜롭게 찾아야 한다. 어떤 건 순간의 짜릿함을 주는 대신 긴 후유증을 남긴다. 장기간의 설사라든가.


전반적으로 불닭 같은 하루였기 때문에 부다Budda 같은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유튜브에 ‘화가 날 때 듣는 노래’를 쳤더니 ‘개빡칠 때 듣는 노래’가 나왔다. 노래들이 전반적으로 욕으로 도배돼 같이 욕하다가 더 화가 나게 되는 효과를 체험할 수 있었다. 전략을 바꾸어 ‘마음이 차분해지는 음악’을 검색했다. 새소리, 물소리가 조용한 멜로디와 함께 흘러나왔다. 뻑큐가 줬던 임팩트는 느낄 수 없었지만 시나브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래서 화났을 때 어떤 친구에게 털어놓느냐가 참 중요하다. 화나게 된 전말을 친구들에게 털어놓고 나면 반응은 대개 두 부류다. 화를 북돋아 주는 친구 vs 화를 가라앉혀 주는 친구. 전자는 사연을 듣고 같이 열 받아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것도 격렬히. 그러나 너무 감정이입한 나머지 ‘넌 더 세게 나갔어야 해!!’라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나의 미온적인 대처를 꾸짖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내가 왜 그렇게 약하게 나왔는가?’ 후회하게 된다. 결론은? 더 화가 난다. 화가 장기화되면 어쩔것인가. 화병만 얻을 뿐 좋을 것이 없다.


후자는 내 사연에 크게 공감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내게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러나 문제에 보다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이런 친구들은 내가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격한 반응은 없어도, 같이 욕해주지는 않아도. 새소리 물소리가 강한 자극이 아니라 편안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주듯 말이다.


그래서 불닭 같은 날엔 부다Budda같은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마음이 말랑말랑 야들야들해질 것이다.


불닭 같은 날도 하루면, 하루면 지난다. 내일은 머리가 띵할 정도로 시원한 ‘둥지냉면’ 같은 날이길… 기대해 본다.


(이제 불닭이 당기는 날엔 애매하게 치즈를 넣거나 우유를 곁들이지 않으려 한다. 매울 땐 화끈하게 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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