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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G Oct 30. 2022

너 쓰고 싶은 거 다 써

세상이 마음대로 주물러지지 않을 때, 내 멋대로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게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자비로운 신께서 우리에게 예술을 허락하신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라고 믿는다. 표현, 표출, 배설, 출산. 이런 예술적 과정 중에도 고통은 수반되나 이건 자처한 고통으로써 고귀하다. 그리고 나에게는 글쓰기가 그 고통스럽고 행복한 표출의 도구가 되어주었다.


담아둘 수 없어서 썼다. 세상에 대한 공헌을 기대하지 않은 글들이다. 배출하지 않으면 영영 안에서 썩어 문드러져 나 자신이 똥보다 더 더럽고 징그러운 존재가 될 것 같아서, 커다랗고 혐오스러운 벌레로 ‘변신’해 버릴 것 같아 썼다.


현타가 와서 썼다. 월세집에서 곰팡이와 개미 같은 미물과 싸우며 썼다. ‘집이 없으면 좀 어떠냐?’는 자아와 ‘나는 왜 집이 없냐?’고 추궁하는 자아 사이에 화해를 시도하며 썼다. 에릭 에릭슨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생애주기별 발달과업표에 비추어 볼 때 내가 이룬 업적이 턱없이 초라해 보여 썼다. 타격감이 클수록 글이 써지는 아이러니는 ‘생산’과 ‘침체’를 끊임없이 오갔다.


역병 중에, 사람의 배신과 세상의 부조리함 속에서 썼다. 이민자로서, 공황장애 환자로서 썼다. 그래도 쓸 때만은 소망이 그려져 썼다.


어떤 환영이 나에게 < 쓰고 싶은   >라고 말해주었다. 누가 뭐라냐고,    다하고 사는 인간들 천지인데. 적어도 고민하고, 정제하고, 가다듬은 글인데  어떠냐고. 표출의 도구를 적절히 사용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 속에서만 도파민이 분출되었다. 이렇게 이기적인 글모음집이다. 기대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의도치 않게누군가에게 1% 위로라도 된다면? 혹은,  글이 떡상한다면? 이라는 가정을     아니다. 그런 허무맹랑한 상상 속에서 행복할  있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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