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트시트와 칼튼 힐 - 등산 Day
뽀가 쓰는 3월 11일 Diary
오늘은 등산코스가 2번이 있는 등산의 날.
2개의 유명한 전망대를 올라가 보려고 한다. 아침을 먹고, 집 같은 숙소를 나섰다.
아니... 밖으로 나서긴 했는데,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조금 가다가 어떤 상점을 구경하러 들렸는데, 란이가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러더니 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안 가지고 나왔다고 한다. 다행히도 이 금방이라 다시 돌아갔다. 돌아가서 난 옷을 더 껴입고, 란이는 메모리 카드를 챙기고, 다시 출발!
계속 추운 날씨 탓에 어제부터 란이 옷을 빌려 입고 있다. 얇은 옷을 많이 챙겨 왔는데 언제쯤 입을 수 있을지 모를 만큼 계속 날이 춥다. '이제 다시 안 들어올 수 있겠지..?'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맑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란이는 어제 비와 눈이 오긴 했지만, 그런 날의 에든버러를 볼 수 있어서 우리는 운이 좋다고 한다. 오늘은 우리 보고 등산하라고 날이 맑나 보다. 역시 우리의 날씨 운은 너무 좋다.
어제 인스타그램에서 본 중고서점을 찾아갔다.
들어가자마자 책 냄새가 확 풍겼다. 난 오래된 종이에서 나는 편안하고 아늑한 냄새가 좋다. 그리고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오래된 책들과 그 중고서적들이 만든 서점의 분위기도 좋다. 책 한 권 고르고 싶었지만, 사실... 무슨 책이 있는지는 잘 몰라서 사진만 조용히 찍고 나왔다.
그리고 내일 갈 기차역을 찾아 헤맸다. 내일은 에든버러를 떠나는 날이고, 기차역을 미리 알아두어야 내일 무거운 짐덩이를 이끌고 한 번에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저녁으로 샌드위치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던 그곳이 바로 기차역이었다. 정신이 없었는지, 관심이 없었는지 전혀 몰랐다. 에스컬레이터도 다 있고, 캐리어를 든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니는 곳이었다. 내일 캐리어를 끌고, 찾아다녔으면 살짝 억울할 뻔했다.
원래는 왕복 20분 걸리는 ‘칼튼 힐’을 먼저 가고, 왕복 3시간 걸리는 ‘아서트시트’를 나중에 가려고 했는데, 날이 너무 좋아서 ‘아서트시트’를 먼저 가기로 했다.
저 멀리서 보이는 ‘아서트 시트’에 사람들이 올라가는 게 보였다. 마치 개미처럼 엄청 작은 까만 점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너무 높을 것 같아서 살짝 겁이 났다. 그래도 언젠간 도착하겠지 생각하며, 정상을 향해 열심히 오르기 시작했다. 힘들 때마다 란이에게 사진 찍어준다고 하면서 멈춰서 쉬었다. 아마 란이도 내가 힘들어서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진흙이 많아서 미끄러워서 더 조심히 올라갔다. 원래는 저녁에 오려고 했었는데 만약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다.
올라가는데 보통 1시간 반 걸리는 곳이지만, 우리는 40분 정도 걸렸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에든버러의 시내와 바다의 모습이 한눈 보이며 너무나 멋있다. 왜 유명한 전망대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와는 또 다른 느낌의 자연의 모습이다.
내려오는 길에 란이가 이번에도 포토존을 찾아냈다. 분명 아무도 없는 곳이었는데, 우리가 찍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뒤에서 줄을 선다. 참 이상하다.
점심 먹을 생각에 빠르게 내려왔다. 카페 하나를 골라 햄버거랑 피시 앤 칩스를 주문했다. 접시에 음식 올리는 모습을 살짝 봤는데 너무나 정성스레 햄버거를 쌓아 올리고 계셨다. 그렇게 나온 음식은 양도 많고 너무 맛있었다.
란이가 하는 말이 주방 쪽에서 우리 먹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고 했다. 외국인이 맛있게 먹고 있나 궁금하셨나 보다. 배부르지만, 우리도 그 정성에 보답하듯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4시에 문을 닫는 곳이라 카페에서 나와서 디저트 가게에 들어갔다. 칼튼 힐에 노을을 보러 갈 시간이 아직 안됐고, 호텔도 춥고, 밖도 추워서 들어갔다. 아까 점심 먹은 곳도, 여기도 알고 보니 별점 4점으로 구글 지도에 표시된 곳이었다. 우리는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맛있는 곳을 잘 찾아 들어가는 것 같다.
분명히 너무 배불렀는데 케이크가 너무 맛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린 너무 잘 먹는 것 같다. 어떻게 이게 또 들어가지..
어제 가려다가 못 갔던 ‘칼튼 힐’에 올랐다.
20분 정도면 올라가는 곳이라 가볍게 올라갈 수 있었다. 전망대라서 낮은 언덕에 올라도 에든버러 시내를 볼 수 있었지만, 그 모습이 거의 공사 중이라 예쁘지는 않았다.
여기보다는 아서트시트가 더 좋았고, 시내 안에서 보는 야경이 더 예쁠 것 같아서 해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려왔다.
야경을 보면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
에든버러를 처음 왔을 때가 생각이 난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에든버러 중심가에 내렸을 때, 마치 성 안에 온 것처럼 뾰족뾰족한 건물들이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는 느낌과 불 켜진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보여준 야경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를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아직 내 기억 속에는 그 모습이 강렬히 남아있다.
란이 쓰는 3월 11일 Diary
오후 4시
오늘은 등산 데이.
자연과 함께하는 날이다.
지금 우리는 아서트시트를 다녀와서 밥을 먹은 후 디저트 가게에 와있다.
사실 추워서 들어왔는데 일석이조로 디저트까지 너무 맛있어 보여서 만족해하는 중이다. 여기서 따뜻하게 있으면서 어제 못 간 칼튼 힐로 갈 때까지 일기 써야지.
아서트시트를 가기 전, 정보를 얻기 위해 폭풍 검색을 시도했다. 우리가 필요했던 정보는 아서트시트를 다녀오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느냐 였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밥 먹는 시간을 정하기 위해서는 아서트시트 왕복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폭풍 검색을 끝으로 우리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블로그에 나와 있는 정보로 왕복하는데 3시간 정도 걸린다고 나와 있었고, 아직 아서트시트를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는 내심 각오를 하고 갔다.
아래에서 봤을 때는 상당히 높아 보여서 언젠가 올라가겠지 하며 등반을 했는데, "어라?" 생각보다 금방 올라갔다.
역시 운동을 허투루 하지 않았던 우리였나 보다. 아직까지 체력이 남아있는 우리를 보니 조금 뿌듯했다.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에든버러가 한눈에 보이는 풍경이 굉장히 멋있었다.
우리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포토존을 찾아 사진을 찍으면서 놀았다. (이상하게 우리가 찍을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우리가 찍기 시작하면 어디선가 사람들이 나타나 줄을 서서 기다린다. 한 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서 얼른 찍고 자리를 옮기곤 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산 같았던 아서트시트를 내려와서 배가 고팠던 우리는 피시 앤 칩스를 먹어보자는 일념 하에 가게를 둘러보고 다녔다. 가게를 하나하나 둘러보던 중 하나의 가게가 눈에 들어왔고, 우리는 리뷰고 블로그고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은 채로 도전을 해보자며 들어갔다.
아무런 정보 없이 브리티쉬 햄버거와 피시 앤 칩스를 시켰고, 우리는 그 음식들의 실물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엄청난 양의 감자튀김과 상당히 맛있어 보이는 거대한 햄버거, 깨끗한 기름으로 튀긴 듯 한 노릇노릇한 생선 튀김이 우리 앞에 있었고, 그 맛 또한 훌륭했다.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우리는 주방장에게 우리가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티를 내고 싶었다. 그래서 양이 차고 넘치도록 많았지만 완두콩 한 알도 남기지 않고 모두 맛있게 먹었다. 배가 너무 부르지만 그 표현은 꼭 하고 싶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평점이 아주 높은 에든버러의 맛집이었다.
식당을 고르는 뽀와 나의 안목이 아주 좋은가보다. 지금도 한 디저트 가게에 들어와 있는데, 케이크가 맛있어 보이던 이 가게에서 케이크에 반해있는 상황이다.
배가 가득 찼는데도 케이크와 핫초코가 들어가는 우리는 정말 대단하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칼튼 힐을 올라가는 일정이고, 내일은 요크까지 이동하는 긴 여정이 있는 날이니 오늘은 먹어도 돼'라는 합리화를 하며 먹고 있는 지금이다.
맛있는 음식이 들어가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