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예쁜 소도시 '요크'
뽀가 쓰는 3월 12일 Diary
오늘은 요크로 이동하는 날.
이동하는 날마다 정말 캐리어를 버리고 싶다. 너무 무거워서 죽을 뻔했다. 어쩐지 팔뚝이 아프다 했더니만... 이동하는 중에 팔에 힘이 들어가는 걸 보고 이제야 알았다. 이게 다 캐리어 때문이다. 이 와중에 내리막길에서 살 것 같다며 웃고 있는 란이. 에스컬레이터도 있다며, 행복해할 때는 사진 찍어 놓고 싶었다.
기차를 타고 요크에 드디어 도착. 기차에서 내렸다. “아!!”
기차 선반에 배낭을 두고 내린 바람에 다시 허겁지겁 다시 들어가서 짐을 찾아왔다. 연신 죄송하다고 하며 내리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갔다 나왔더니 혼이 나갈 것만 같다. 기차 정차시간이 2분 정도밖에 안된다는 정보를 란이에게 들었었는데, 짐을 놓고 내린 것을 안 순간, 기차가 그대로 가 버릴까 봐 머릿속이 하얘졌다. 휴... 그래도 찾아서 천만다행이다.
또다시 짐덩이를 이끌고, 호스텔을 찾아 이동했다. 이동하는 중에 학교가 이제 끝난 건지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이 아이들은 이곳이 정말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려나...?
다시 캐리어를 끌고 가는 중... 15분 거리를 끌고 걸어가려니 힘들다. 기차역 옆에 있는 저 호텔이 우리 숙소였으면 좋겠다.
호스텔에 도착했는데 스텝도 친절하고, 방도 아늑하고, 깨끗하다. 4인 여성전용 도미토리였는데, 마침 예약한 사람이 우리밖에 없다. 2층 침대가 2개가 있어서 우린 1층 침대를 모두 차지했다. 그런데 1층 침대 높이가 제대로 앉아 있을 수 없을 만큼 낮았다.
불편해하고 있는데 란이가 캐리어 안에서 가져온 돗자리를 바닥에 깔았다. 돗자리 깔고 앉은 느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역시 한국 사람인가... 이렇게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있고 싶다.
짐을 풀고, 서둘러 시내를 구경하러 나갔다. 20-30분이면 끝까지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요크는 작은 동네였다.
다이애건 앨리 배경이라는 'Shambles' 거리를 보러 갔다.
생각보다 짧은 골목이었지만, 너무 예쁘다. 진짜 해리포터에 나오는 그 거리였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위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간판들을 보니 해리포터의 1편에 나오는 장면이 생각난다.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아서 아쉬웠다.
피쉬 앤 칩스로 상을 받은 곳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내부는 소박했지만, 전문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피쉬 앤 칩스는 생각보다 양이 진짜 많고, 그동안 먹은 곳 중에 가장 부드럽고 고소하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감자튀김을 산처럼 쌓아주셔서 다 먹을 수가 없었다.
날이 점점 어두워져서 오늘은 야경을 보자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기념품 샵도 보고, 요크 민스터 야경도 보았다. 그렇게 거리를 구경하다가 결국 저녁 7시도 안돼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래도 볼 건 다 본 것 같다. 에든버러도 작은 편이었는데, 요크는 진짜 작다.
내일 이 작은 도시의 매력을 더 샅샅이 찾아봐야겠다.
란이 쓰는 3월 12일 Diary
오전 11시 58분
에든버러를 떠나는 기차역 앞에서 주스를 마시고 있다.
약 4일간 정들었던 에든버러를 떠나고 새로운 마을인 요크로 향한다.
에든버러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성 같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을 느끼고 난 후 엔틱 한 느낌이 가득한 에든버러를 바라보니, 우리가 상상했던 유럽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에든버러 구시가지에 도착을 하면서 우리는 처음으로 에든버러를 만났다.
약간은 어두운 주황색의 조명으로 메인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과 그 뒤로 보이는 예스러운 건물들은 그동안 애니메이션에서만 보고 상상해왔던 진짜 성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메인 거리로 들어서서 호텔로 가는 동안 우리는 성에 방문한 초대된 손님이란 느낌이 들었고, 그 기분이 꽤 즐거웠다. 물론 거리가 돌길인 데다 오르막길이라 우리의 짐을 끌고 가는데 애를 쓰긴 했지만, 성을 들어가는 듯 한 그때의 느낌은 지금 되돌아봐도 여전히 벅찬 기분이다.
에든버러에서 지내면서 처음에 가장 익숙하지 않았던 부분은 길들이다.
에든버러는 신기하게도 길이 꼬불꼬불하게 연결되어 있다. 에든버러 성을 중심으로 수많은 길들이 나있는데, 이 길들이 어느 곳은 다리 위에 있고 어느 곳은 땅 위에 올라와 있다. 그리고 어느 곳은 계단을 통해서만 갈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미로처럼 길이 마구 섞여 있어서 처음에 구글맵으로 길을 찾아가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에든버러의 꼬불꼬불하고 신기한 골목들에 익숙해진 후에는 오히려 그 길들이 하나의 성을 탐험하는 비밀의 길처럼 즐거웠다.
4일 동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에든버러에 이제야 익숙해졌지만, 우리는 여행자이기 때문에 또 새로운 곳을 가기 위해 떠난다.
다음 여행지는 요크. 마법사가 되기 위한 두 번째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그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는 여전히 우리를 싣고 요크로 떠날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