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두 번째 숙소로 이동
뽀가 쓰는 3월 19일 Diary
오늘은 런던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날이다.
이제 정말 숙소를 옮길 때가 되었나 보다. 한 곳에 길게 있다 보니 조금 불편한 점들이 생겨서 딱 적당히 옮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호스트 할머니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이셨는데, 그렇다 보니 육식이나 생활습관에 대해서 그분의 생각이나 행동을 강요하려고 하셔서 점점 불편함을 느꼈다. 아마 다음 숙소는 주인이 아예 없는 곳인 거 같아서 둘만 지내기에 편한 곳일 것 같다.
호스트 할머니가 있을 만큼 있다가 체크아웃해도 된다고 하셔서 너무 감사했다. 덕분에 다음 체크인 시간을 고려해서 오후 두시쯤 숙소를 나왔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그동안 정이 들었는지 뭔가 시원섭섭한 느낌이었다. 캐리어를 방에서 가지고 나왔는데, 나와서 뒤를 본 순간 고양이 두 마리가 나와 있어서 마치 배웅하러 나온 것 같았다. 너무 귀엽다.
두 번째 숙소를 찾아 무거운 짐들을 들고 이동했다. 제발 계단만 없어라...
아니나 다를까... 킹스크로스 역에서 환승할 때 계단이 조금 있었고, 숙소 근처 역은 올라가는 길 그냥 다 계단... 여기에 숙소에 도착하니 좁은 계단으로 3층에 있는 방... 하 최악이다... 그래도 란이랑 둘이 서로 도와서 짐을 다 이동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중간중간 도움이 필요하냐며 도와주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 짐 자체를 나 자신이 들지 못할 만큼 가지고 다녀서는 안 되는 건데.. 이번에는 좀 버겁긴 하다. 캐리어는 18kg 정도가 가지고 다니기 딱 적당한 무게인 것 같다. 곧 한국으로 택배 한번 부칠 예정이라 그 이후에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숙소는 엄청 깔끔했고, 공용 욕실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을 만큼 불편함이 없었다. 호스트와는 메시지로만 주고받았고, 예상한 대로 둘만 조용히 지낼 수 있는 곳이었다.
점심도 안 먹은 상태라 근처 마트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런데 보이는 간판들 사람들이 약간 아랍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옆에서 란이가 무섭다며 계속 경계했다. 란이는 촉이 좀 좋은 편이고, 나는 좀 둔한 편이지만 내가 느끼기에도 확실히 이쪽 길거리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맥도널드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란이가 알아보니 바로 옆 동네는 부촌이고, 여기는 잘 안 알려진 곳이며, 아랍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치안이 안 좋다는 글도 있다고 했다. 점심 먹고 있는 그 순간에도 우릴 향한 시선이 많이 느껴졌고 최대한 무시했다. 먹고 나서 빨리 마트에서 살 것들을 사고 돌아왔다. 진짜 여기서 지낼 때는 일찍 일찍 들어와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숙소가 역이랑 가깝고, 역에서 숙소 오는 길은 괜찮은 편이었다. 내일은 뮤지컬을 예약해놔서 어쩔 수 없이 늦게 들어와야 할 텐데 걱정이다.
란이 쓰는 3월 19일 Diary
오후 10시 55분
런던에 도착한 후 5일 만에 처음 쓰는 일기.
핑계인 줄 알지만 너무나 바빴다. 정말 일기 쓸 시간도 정신도 없는 런던에서의 5일을 지냈다.
런던의 첫 이미지와 생활은 생각보다 불편한 점이 많았고, 나의 유럽에 대한 환상은 소도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조금 깨달았다. 하지만 런던은 큰 도시인만큼 서울처럼 활기찼다. (담배냄새는 너무 심하다.) 활기찬 점이 서울과 너무 비슷하다 보니 익숙하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생활을 이어가면서 우리가 반한 것은 뮤지컬. 런던에서의 뮤지컬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한국에서 보려면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봐야 하는 뮤지컬을 마치 영화 보듯이 아주 편안하게 접할 수 있었다. 비교적 쉽게 접한 것에 비해 아주 퀄리티 높은 뮤지컬을 볼 수 있었고, 뮤지컬이 끝난 후 다가오는 여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길고 깊게 지나갔다. 물론 이 여운으로 한 번도 안 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우리는 약 1일 1 뮤지컬(5일 동안 3개의 뮤지컬을 봤다.) 실천하게 되었다.
감히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라이온 킹의 어마어마한 깊이감이 있는 연출을 보고 난 후 다른 뮤지컬이 너무나 궁금했고, 알라딘, 맘마미아 순으로 뮤지컬 도장 깨기를 하듯이 하나하나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일도 결국 위키드를 보러 간다. 저예산으로 다닌다는 우리의 굳은 의지를 박살 내주는 정말 대단한 뮤지컬들이다. (만약 다시 하나를 본다면 꼭 라이온 킹을 선택할 것이다.) 지금은 예산 때문에 너무나 보고 싶지만 참는 중이다. 슬프지만 참아야 한다.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뮤지컬뿐만 아니라 아주 재미난 일들이 많았다.
처음으로 가본 에어비앤비는 신기한 경험이었고,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함께 뮤지컬을 보기도 했다. 이른 오전 라이온 킹을 보기 위해 티켓을 구하러 갔을 때 함께 추위에 떨며 오픈 시간을 기다리던 친구와 친해지기도 하고, 투어에서는 한 오빠와 친해져서 투어 다음날에는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하는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어떤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단순히 여행을 통해서 만나는 다양한 관계들이 오랜만이라 더 반갑고, 타지에서 만나는 익숙한 사람들이라 더 반가웠다. 사실 여행을 계획하면서 뽀와 외국인 친구를 사귀자, 한국인 없는 쪽으로 가자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얘기를 했던 것이 민망할 정도로 타지에서 만나는 한국인과의 만남은 너무나 반갑고 행복했다.
여전히 여행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여행을 응원해주는 우리가 든든하고, 사랑스럽다. 앞으로 또 어떤 만남이 이루어질지 기대가 된다.
한꺼번에 5일의 기록을 담기란 매우 힘들다. 다 못쓰겠다.
그래서 이젠 밀리지 말아야지, 하루하루 짧게라도 써야지 다짐을 하는 오늘이다.
작심삼일 말고 꾸준히 열심히 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