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있는 아침, 캠던 마켓 그리고 맘마미아
뽀가 쓰는 3월 18일 Diary
오늘은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지난 며칠간 뮤지컬과 투어로 너무 바빠서 오늘만큼은 여유를 좀 갖기로 했다. 천천히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시작하는데, 호스트 할머니가 오셔서 ‘캠던 마켓’에 가보라며 추천해주셨다.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거리라서 가볍게 걸어가면 될 것 같다. 오늘은 어제 투어에서 만난 석흠 오빠와 셋이서 같이 다니기로 했다.
‘캠던 마켓’을 돌아다녔는데 여기를 인사동 쌈지길 + 동대문, 남대문 + 이태원을 합친 곳이라는 리뷰를 봤는데 돌아다녀보니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월요일인데도 다양한 가게들이 모여 있고, 사람들도 북적이고 있었다. 계단으로 공간들이 나뉘어 이루어진 진짜 딱 쌈지길 같은 곳도 있고, 중간에 강이 흐르는 곳은 마치 청계천 같았다. 여긴 한국인가... 더 이상 기념품 살만한 것도 없고, 사실 여기 마켓은 별로 흥미도 없고 해서 ‘대영박물관’을 가보자며 이동했다.
점심을 안 먹고 나와서 배가 너무 고팠다. 대영박물관을 가기 전에 일단 어제 투어 때 들렸던 초밥&도시락 파는 곳에 가서 점심을 해결했다. 일식 느낌의 음식을 도시락처럼 파는 곳이라 밥을 그나마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서 기억해 둔 곳인데, 한국 사람이 하는 체인점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대영박물관이 곧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대영박물관에 대해 큰 욕심이 없었기에 가서 30분 정도만 보고 나왔다. 대영박물관 안에 이집트 전시관이 크게 있었는데, 그나마 제일 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영화로만 접해본 이집트는 뭔가 미지의 신비한 힘이 있는 곳인 것 같다. 미라를 넣는 여러 형태의 관들, 실제 미라, 벽화, 각종 석상들, 스핑크스 등등... 유물도 특별했다.
야경 보러 전망대를 갈까... 하다가 결국 ‘맘마미아’ 뮤지컬을 예매해버렸다. 평소에도 너무 좋아하는 영화라 엄청 기대되는 뮤지컬이다.
그동안 화려한 무대장치가 설치된 뮤지컬들만 봐왔는데 그런지 맘마미아는 무대장치가 별로 없어서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뮤지컬이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너무 좋았다. 많이 알고 있는 노래들이라 더 마음이 가는 그런 뮤지컬이었다. 마지막을 앙코르를 외치며, 배우들이 계속 여러 곡을 불러주셔서 공연장 전체가 마치 콘서트장 같았다. 뮤지컬로 하루를 마치는 기분은 역시 좋다.
집에 돌아가는 길. 우린 지금 비상사태임을 직감했다... 앞으로 두 달이나 더 여행이 남았는데, 예산은 4분의 1 정도밖에 남지 않아서 진짜 큰일 났다. 앞으로의 일정을 다시 짜야할 것 같다. 내가 가계부를 정리하고 있어서 하루하루 얼마씩 쓰는지 보였는데, 그동안 너무 풍족하게 쓰긴 했다. 오늘만 해도 뮤지컬까지 보면서 좀 무리하게 쓰긴 했다.
우리는 이대로 새벽까지 일정을 짜고, 다음 숙소, 교통을 예약하면서 앞으로의 여행을 계획할 것이다. 언제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