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택배 부치는 날. 몸과 마음을 가볍게.
뽀가 쓰는 3월 21일 Diary
오늘은 한국으로 택배 부치는 날이다. 아이슬란드 때문에 겨울옷들을 많이 챙겨 왔는데, 짐이 너무 무거워서 다 한국으로 보내려고 한다. 오늘 이 짐을 부치고 나면 이동할 때 훨씬 가벼워질 것 같다.
란이가 좀 더 쉽고 저렴하게 택배 보낼 곳을 찾아냈다. 한국인 사장님이 하는 카페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 택배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체국보단 편할 것 같아서 그곳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들어갔는데 너무 예쁜 카페였다. 한국인 직원분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한 시간 후에 사장님이 오신다고 하셔서 커피를 마시면서 기다렸다. 예상보다 일찍 와서 우리가 택배를 부칠 수 있게 도와주셨다.
택배 상자에 가져온 것들을 넣고, 무게를 쟀는데 9.3kg... 응? 택배 보내러 가져올 때는 그렇게 무겁다고 생각되지 않았는데 엄청 무거운 짐이었다. 오히려 엄청 무겁게 느껴진 란이 짐이 9.5kg로 별 차이가 안 나서 놀랐다.
송장을 작성할 때, 박스 안에 내용물들을 다 써야 해서 고심하며 송장을 작성했다. 택배 보낼 준비 완료! 일주일 안으로 도착할 거라고 하셨다. 한국말로 이렇게 쉽게 택배를 보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타지에 있으니 만나는 한국 분들이 너무 반갑고, 좋다.
택배 보내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 채로 저번에 30분만 둘러본 ‘대영박물관’에 다시 갔다. 너무 크고 복잡해서 어디서 봐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구경했다.
여기는 다른 나라들에게서 가져온 온갖 유물들이 가득한 박물관이다. 유물을 돌려달라고 해도 영국에서 절대 안 돌려주고 이렇게 보관 중인 곳이다. '얼마나 어떤 걸 훔쳐왔는지 한번 보자!' 이런 마음으로 갔다.
한국관도 있어서 가봤는데 작은 공간에 도자기, 관복, 불상들이 있었다. 도자기는 확실히 우리나라가 제일 예쁘다. 반가우면서도 생각보다 작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사는 동안 우리나라에서 별생각 없이 봤던 박물관이 여기서 보니 새롭게 느껴졌다.
그밖에 중국, 일본, 이집트 등을 구경했다. 내 키보다 커다란 유물들이 많아서 영국은 이 유물들을 다 어떻게 가지고 들어온 걸까 싶기도 했다.
대영박물관을 보고 나서 피쉬 앤 칩스가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30분 정도 걸어야 하는 거리였는데 산책 삼아 걸어갔다. 30분 정도야 뭐... 가볍게 걸을 수 있다. 란이가 옆에서 내가 잘 걸어서 좋다고 했다. 이렇게 걷는 속도나 양을 서로 맞추기가 쉽지가 않다. 우린 진짜 서로 잘 맞는 것 같다.
피시 앤 칩스 레스토랑에 도착했는데 술집이었고, 맥주를 마시며 서있는 사람들이 입구에 가득했다. 밥 먹으러 왔다고 하니 너무나 친절하게 안쪽에 있는 조용한 공간으로 안내해주었다. 입구에서 시끄럽게 떠들면서 술 취한 사람들을 보고,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곳인가..?' 했었는데 다행이다.
맥주가 유명하다는 곳인데도 꿋꿋하게 우린 음식만 시켰다. 햄버거와 피시 앤 칩스를 시켰는데 맛있었다. 다들 영국 음식은 맛없다고 하는데 내 입맛에는 그냥 다 괜찮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곳을 꼽자면, 에든버러에서 먹은 한 카페의 정성스러운 수제 버거, 요크에서 먹은 상 받은 피시 앤 칩스 이 두 곳이 기억에 남는다.
음... 지금 란이가 뒤쪽 테이블에서 여자 둘이 뽀뽀하는 것을 봤다고 한다. 사실 어제 나도 콧수염 난 남자 둘이 뽀뽀하는 것과 팔짱 끼고 가는 것도 보았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익숙지 않지만, 취향은 존중한다. 앞으로 더 많이 목격할 것 같다.
내일은 또 이동 날. 이번에는 파리로 이동한다. 제발 순탄하게 숙소에 도착하길 바라는 런던의 마지막 밤이다...
란이 쓰는 3월 21일 Diary
오전 10시
우리는 지금 어제의 여운으로 위키드 노래를 들으며 짐을 싸고 있다.
짐을 싸는 이유는? 이사가 아니다. 오늘은 택배를 보낼 것이다. 너무나 무거운 짐덩이를 조금이나마 덜을 수 있다니 아침부터 행복하다.
이 짐을 보내고 나면 한결 가벼워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