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초록의 시간, 돌보다

짙은 초록

by 보라유


컬러를 공부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색에는 모두에게 통하는 일반적인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나만의 감정과 기억이 덧입혀진 ‘개인적인 의미’라는 것. 나에게 짙은 초록은 그런 색이다. 말간 초록보다 한 톤 더 어두운, 그래서 더 깊은 돌봄과 안정. 쉽게 사라지지 않는 농도 깊은 감정의 색.

짙은 초록은 나에게 가볍지 않은 몰입의 시간이다. 잠깐이라도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순간. 이 짧은 몰입이 하루를 활기차게 하고,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내게 글쓰기라는 루틴이 바로 그렇다. 하루 중 가장 안정되는 시간, 가장 돌봄이 되는 순간. 생각을 다듬고, 기억을 더듬고,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는 그 시간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위로다.

꼭 결과를 내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나를 위한 글쓰기. 쓰는 동안만큼은 ‘나’라는 존재에 오롯이 머무는, 조용하고 단단한 짙은 초록의 시간. 나를 위해 쌓아가는 이 루틴은 어쩌면 육체보다 마음을 먼저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

이 작은 습관이 쌓여, 언젠가 아이와 함께 글을 쓰는 상상을 해본다. 책을 함께 읽고, 마음을 꺼내 쓰는 일에 익숙한 사람. 사고가 유연하고, 말에 책임을 담을 줄 아는 단단한 사람. 그런 아이로 자라나길, 그런 엄마로 곁에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도 짙은 초록으로 시작하는 하루. 그 색에 조용히 감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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